매거진 점점

손톱

44화

by Lia

나에겐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던,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다. 이 버릇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서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다. 먼저 손톱 주변의 약간 굳은 살점을 뜯는 유형. 손톱 자체를 뜯는 유형. 손톱이 나는 부분의 연한 살갗을 뜯는 유형. 벌써부터 소름이 돋으려고 하는데...


세 가지 유형을 다 갖고 있었던 적도 있다. 그래도 제일 심하게는 손톱 자체를 뜯었는데, 그래서 손톱깎이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럴 만큼 손톱이 자라지를 못하니까. 손톱을 뜯다보면 손톱과 이어지는 살점을 뜯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나는 그래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면 버릇을 빨리 고쳤을지도 모른다. 손톱은 몸의 가장자리다. 손 끝이 아프면 물건을 들 때, 문자를 칠 때, 글씨를 쓸 때, 행동을 의식할 수 있다. 아프구나, 그리고 후회도 한다.


이 버릇을 고치기로 한 계기는 내 손가락이 휘어있는 것을 발견한 일이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한쪽으로 손톱을 뜯으려다보니 오른쪽 중지가 휜 것이다. 나는 손가락이 얇은 편이라 어쩌면 손이 예쁜 이상적인 아가씨가 될 수도 있었는데, 누구도 아닌 나 자신 때문에 그럴 기회를 놓쳤다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왼손만큼은 아주 조심해서 뜯었다. 나쁜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도 여러 모로 철학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매 해 목표 중에 하나는 이 버릇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올해도 매한가지다. 나는 손톱을 뜯는 버릇이 어린 시절의 애정결핍 때문이라거나 하는 심리학적 견해를 믿지 않는다. 그 말은 내가 이 버릇을 고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말은 내가 손톱을 뜯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만 심어주었다. 내가 이 버릇을 고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 손이 예쁠 수도 있다는 잠재적 희망이었다. 완전히 포기하기엔 조금 큰 희망. 그러나 아주 크지는 않은, 겨우 나만 알아볼 정도의 희망.



점점.



p.s. 월요일 <점점>을 미리 올렸어요. 이번 월요일엔 쉬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