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정착 2

45화

by Lia

일상이 지겨울때면 나는 먼 미래 상상하길 좋아한다. 먼 미래란 적어도 십년이나 이십년 후,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다. 가까운, 예를 들어 근 일이년 후를 상상하는 것은 역효과다. 더욱 일상을 지겹게 만드니까. 가끔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감에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몇 년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거다. 어떤 분들은 안정적인 인생을 살고 또 계획하고 있어서 예측불가능 주기가 나보다 길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거의 4년 정도 후가 예측 불가능한 시점이다.


어느정도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산다는 건 나에게 아주 큰 의미다. 중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내 인생이 향후 6년간은 이렇게 똑같이 흘러갈거라는 게 매우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연애를 할 수도 있고, 공부를 잘 해 볼 수도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옷에 같은 학교 같은 교실 같은 친구들, 내 눈에 더 크게 보였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나보다.


나는 이제 내가 어딘가에 정착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건 특정 장소나 특정 직업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닥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정착한 마음의 터다. 말하자면 나는 이제 겨우 나에게 정착했을 뿐이다. 먼 훗날엔 나에게 누군가가 정착하길 바란다. 상상하면 아주 즐거운 일이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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