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이별만화 완성도

46화

by Lia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해서, 학교보다 만화방을 더 성실하게 다녔다. 매일 가서 알바언니보다 더 빠르게 만화책을 찾아주고 알바언니가 어디 가면 대신 카운터를 보곤 했다. 그 언니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청순하고 예뻤었지. 학교 책가방엔 교과서보다 만화책이 더 많았고 우등생 펜언니는 어느 날 내 책가방을 열어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었다고 한다. 뭐든지 다 읽었다. 취향이랄 것도 없었다. 단지 너무 긴 것은 싫어했다. 길면 지지부진하다는 게 내 만화 지론이다. 그 무렵의 소년만화와 순정만화 코너에서는 내가 안 본 게 거의 없을 정도였고, 모든 만화를 다 기억할 수는 당연히 없었다.


요즘은 웹툰을 본다. 만화는 내 생활이었지만 웹툰은 내 일상에서 매우 작은 부분이다. 하루에 오분에서 십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다. 워낙 작품이 많고 장르도 다양해서, 내가 보는 웹툰을 다 나열하면 도대체가 무슨 기준인지 나도 모를 것이다. 나에게도 취향이 생긴 것이다. 보다가 잊어버리는 웹툰도 있고, 다 본 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는 웹툰도 있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챙겨보는 웹툰, <이별만화 완성도>가 있다.


오직 제목만이 내 취향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웹툰을 즐겨본다. 내 일상의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 울고 있을 때나 기쁠 때, 바빠서 웹툰이란 것을 잊고 지낼 때. 모든 날에 이 웹툰은 나를 지켜줬다. 내 모든 번뇌와 고민으로부터. 잡생각으로부터. 그래서 사람들이 웹툰이란 걸 본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웹툰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서.


누군가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성실성과 관련이 깊다. 웹툰 작가들이 매 주마다 만화를 그리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좀 고맙다. 그들의 업무환경과 고용제도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또 그와 함께 작품들의 수준도 더욱 높아지기를.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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