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잃어버린 자유를 찾아서

56화

by Lia

며칠 전에 북클럽을 하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글쓰기 문제를 하나 못 푼 적이 있었다. 사실 거의 늘 시간이 모자라고 그 날도 그랬음. 마지막 문제는 집에 가서 한 번 해 봐, 라고 말했더니 아이 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꼭 해야 돼요? 꼭? 나는 대답했다. 민영아, 세상에 꼭 해야하는 건 없어. 뭐든지 네가 선택할 수 있다. 널 위해서 한 번 해보라는 것 뿐이야.


고등학교를 자퇴했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가 싫었다. 하루는 엄마가 아침에 나를 학교에 보내놓고 다시 주무셨는데, 10시쯤 나와보니 내가 거실에서 블럭놀이를 하고있었다. 그래서 왜 학교에 안갔냐고 물었더니 나의 대답은 '오늘은 학교 안 가는 날이야'였다. 학교에 갈지 말지는 내가 정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억지로 학교에 간 날엔 마치고 하교를 할 때마다 '오늘도 역시 괜히 왔어, 재미도 없는데'하고 후회했고, '내일은 정말로 학교에 안 가야지'라고 다짐하곤 했다. 그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사회화를 당해서(?) 중학교는 거의 결석 없이 학교에 갔고(그러나 지각은 정말 많이 했다 보통 2교시, 가끔 점심먹고 학교감) 학교도 나름대로 재미와 의미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할 무렵. 나는 이런 책에서 구절을 발견한다.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것이란 파도처럼 끊임없이 성실하게 변하고, 무엇을 하고 싶다고 마음 먹는 순간이 아니면 대체로 해봤자 아무런 감흥이 없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걸 좇아다니다간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려면 하기 싫은 일을 정확하게 알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다들 나에게 '그럼 뭐가 하고 싶은데?'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 속아서 학교를 그만두려면 달리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울면서까지 내 마음을 다그쳤지만 찾지 못했다. 그 시간동안 다른 멋진 생각을 많이 해냈지만. 실제로 학교를 그만두는 데에는 달리 하고 싶은 일은 필요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절실함과 학교가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확신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매우 진지하고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함.


세상과 모든 종류의 광고는 '이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교육도 그 일부다. 너는 꼭 학교에 다녀야 하고,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을 뛰어넘어야 하고, 꼭 성공해야하고, 좋은 직장과 배우자와 환경, 그 모든 게 없으면 마치 죽는 것처럼 말한다. 어차피 모두가 1등을 할 순 없는데도 현실은 외면하고 무작정 달려야 한다는 듯이. 그리고 살아보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저 중에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내부적인 동기 없이 달리는 사람과, 필사적인 내적 갈등을 겪으며 눈물을 머금고 선택을 해 본 사람.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까. 비록 그 둘이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 속한다고 해도.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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