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작업일지 (20260120)

by 정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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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12분짜리 단편영화.

역시나 먼저 트랙 정리부터 해줘야 한다.

10분~20분 사이즈는 그나마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이 쉽지만,

30분 사이즈부터는 내가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으려면 한참 걸리게 된다.

이건 음악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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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감독님도 말씀하셨다.

"정리를 지배하는 자가 소리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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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누가 봐도 모노로 딴 소스인데, 스테레오로 넣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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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 소스, 하나만 남겨준다.

오디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모노 < 스테레오 < 서라운드

뭐 이런 순서로 음질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들을 하셔서 굳이 모노 소스를 스테레오로 바꿔가며 주시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이크와 프리앰프 (레코더) 이다.

이미 디지털로 그렇게 녹음이 된 소스는 후반 작업에서 요망스러운 짓꺼리를 해도 그게 그거라는 얘기.

그리고 동일한 파형의 소스 2개를 패닝을 줘서 L, R 양 끝단으로 보내봤자

당연히 스테레오 이미지는 안 생긴다.

즉, 우리들이 흔히 들어오던 양쪽 스피커에서 각기 다른 소리로 보다 큰 공간감을 듣게 되는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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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께서 주신 소스를 L, R 양 끝단으로 보내고 imager 로 확인해보면

정 가운데 Center 로 위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똑같은 파형 2개의 모노 소스는 용량만 커질 뿐. 그 어떤 이득도 없다는 점.

그리고 소스 확인과 트랙 정리에 불편할 뿐이다.

그러므로 채널 1개는 과감하게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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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리를 끝내면 이런 모습이 된다.

혹시라도 '그러면 스테레오는 어떻게 만드나요?' 라고 물어보실 분이 계실 수도 있기 때문에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녹음 당시에 마이크 2대로 녹음을 따시면 되겠다.

(참 쉽죠?)


unnamed.jpg 이런 스테레오 BAR 를 이용하면 거리와 각도 계산이 쉬워진다.


마이크 5대로 따면 그게 서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대신에 각각의 마이크 거리와 각도를 잘못 설치하면 위상이 틀어지니까 레이저포인터 써가면서

확인을 하든 아니면 Stereo Bar 라든가 Surround Bar 같은 것을 사용해주면 되겠다.


2L-086_rec-session_microphones02 (1).jpg Surround Bar
img_2110b-resized.jpg 또 다른 Surround Bar

즉, 촬영 현장에서 마이크 1대로 간 것을 "서라운드로 바꾸어주세요" 라는

접근은 어디부터 설명을 해줘야할지 모를 정도의 주문인 것이고,

"촬영 현장에서 마이크 1대로 녹음된 소스를 Center 에 넣고

나머지 Left, Right, Rear-Left, Rear-Right, Low Frequency 채널들을

스튜디오에서 제작해주세요." 라는 접근이 맞는 것이나,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채 녹음된 소리가 양옆 스피커와 뒷쪽 스피커에서 튀어나오는데

Center 채널에서는 현장 당시의 온갖 잡소리들이 들리고 사용한 마이크 모델도 각기 다른 것이면

서라운드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서라운드 사운드는 전체 후시가 기본이다.

이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예전에 어느 연출자 분께서 내게 사운드 작업을 맡길 때에

카메라 감독으로부터 들은 얘긴데 서라운드가 되면 음질이 더 좋아진다면서

붐마이크 1대로 녹음한 소스를 서라운드로 바꾸어달라고 하셨던 적이 있으셨다.

(물론 안 될 건 없다.

그냥 채널 5개로 복사해서 5개 구녕으로 나오게끔 해주면 된다.

단지 우리가 들어오던 그런 서라운드가 아닐뿐.....)

모노 > 스테레오 > 서라운드 순서대로 음질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시는 분같아서 설명을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모르는 관계로

차근차근 '마이크 5대로 녹음을 하셔야 한다' 부터 설명을 하니까

"그 어떤 현장에서도 마이크 5대로 녹음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 의 대답이 나오드라.

'서라운드는 전체 후시로 가야 되기 때문에 동시녹음 소스가 가이드 역할을 하는겁니다' 라는 나의 설명에

뭔가 돈을 더 뜯어내려는 작업자로 생각을 하셨는지 이후 연락이 없으셨다.

예전에는 '영화를 만든다는 사람이 대체가 오디오에 대한 지식이 이렇게까지 없는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영화 사운드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냥 우리나라 영화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컸다.

예를 들면, 미국 영화계 뿐만 아니고 전세계 영화 업계가 전체 후시로 가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요즘에도

선배로부터 이렇게 배웠다며, 혹은 교수님으로부터 이렇게 배웠다며

동시녹음을 고집하는 연출자와 스탭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돈과 시간과 인력이 들어간 작품인데, 안전빵을 택하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다)

고집을 부린다는 것을 작품을 위한 장인의 고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장인의 고집이란 것이 연출자로서 당연히 갖추어야할 덕목인 것은 맞는데,

그 고집에 걸맞는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지 않아야할까?

장인의 고집이고 선배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의 전수인데,

어디 어줍잖은 붐마이크 이제 막 처음 잡는 사람한테 시키질 않나.

누가 썼는지도 모를 온.습도 관리가 하나도 안 된 마이크와 레코더.

그리고 무선장비 전파 간섭 노이즈에 현장에서 환풍기에 에어콘을 켜두질않나

이런 것이 과거 세대의 유물을 지켜내는 장인의 고집이라면 당장 버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권을 쥐고 있는 연출자나 프로듀서가

'이번 영화는 동시녹음 없습니다. 전체 후시로 가겠습니다' 라고 말을 할지언정

주변 스탭들에게서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거 영화 제대로 되는 것 맞아요???"

"어떻게 동시녹음없이 갈 수 있어요??"

"그러면 사운드는 어떻게 해요???"

제대로 된 후시녹음이라는 것을 해봤느냐 안 해봤느냐 경험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영화학과에서 후시녹음을 한다는 것은 진짜 그냥 대사만 따고 말더라라는 문제 또한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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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영화 사운드와 관련한 에세이라고 해야될까 실용서가 너무 없어서

영화 사운드 실용서를 가장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이론서만 득실득실한데, 누가 전공도 아닌 이론서를 보겠나...더욱이 영화 사운드는 4년제 영화학과에서도 몇 시간 할당이 안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출판사들에게 원고 보내주니까 '소비층이 너무 얇네요' 라는 판단을 받아서

그냥 내 출판사로 전자책으로 내고 말 듯한 분위기지만, 아무튼 쓰고 있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사운드 맡기시는 분에게는 공짜로 드릴 수라도 있잖아?!

그럼 다음번에는 나를 믿고 전체 후시로 과감하게 가실 수도 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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