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사운드 작업 (20260121)

by 정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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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드라마의 사운드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제목은 Freaknik 라고 한다.

아마도 예전 80년대 드라마의 리메이크.....라고 생각중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Freaknik 이라는 대학교 축제에서 벌어지는

범죄, 서스펜스, 스릴, 공포 그리고 사랑...뭐 이런 것인듯하다.

내용이나 타이틀은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내 작업이 윤택하게! 빨리! 스무쓰하게! 진행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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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트랙 정리부터 소스 선별까지 너무 깔끔하게 해서 나에게 주셨다 !!!!!

각 트랙별 라벨부터 해서, 어느 트랙에 무엇이 있는지 각각의 배역 이름까지 트랙명에 다 넣어주셨다.

(아 이렇게 또 미제의 앞잡이가 되어가는 것인가....)

다만, 이 이야기는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한 것보다는 좋아야 된다' 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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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파일들의 클린업을 위하여 RX 로 보아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녹음도 잘 땃으나,

대사 영역 외에 필요없는 저음역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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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역대 영역에서 불필요한 '우웅~~~' 하는 저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먹먹하게 들린다.

흔히들 사운드 작업을 할 때,

"올려주세요!!!!", "깎아주세요", "없애주세요" 를 요청하시는데

색보정이나 사운드나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값을 생각해야 한다.

올려달라는 주문은 소스 자체가 먹먹하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높은데 이런 경우는 고음역대를 EQ로 끌어올리기보다는 불필요한 저음역대를 삭제해서 원하는 값을 얻기가 쉽다.


EQ 로 올린다는 행위는 해당 영역의 노이즈 레벨과 같이 녹음된 다른 소리 또한 같이 올라가는 것을 수반하기 때문에 마냥 올리기만 하면,


'어?? 쉬이익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쎄지네?? 노이즈 제거 걸어야지~

어라?? 노이즈 제거를 하니까 먹먹해지네??? 다시 고음역대 올려야지.

이잉?? 작게 녹음됐던 소리가 없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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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한성에 빠진 탄지로의 기분을 느끼게 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절대값이 아닌 상대값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고음역대가 있기 때문에 저음역대가 있다는 것!!'

'작은 소리가 있기 때문에 큰 소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언밸런스한 소스의 균형을 맞추는데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고음역대가 작게 들린다고 애꿎은 고음역대만 조졌다가는 무한굴레에 빠지기 쉽상이다.

말하고보니, 뭔가 석가모니가 말했던 제행무상 (諸行無常) 제법무아 (諸法無我) 의 연장선같은데

아무튼 소리라는 것은 인간이 공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전까지는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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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 스크린샷처럼 원래 목소리 성분 자체에 저음역대가 많은 배우도 존재한다.

이 경우 이게 근접효과로 녹음이 되어서 저음이 많은 것인지

원래 이 배우 목소리가 저음이 많아서 이렇게 나오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해당 스크린샷의 배우의 저음역대 톤과 중.고음역대가 균일한 것을 보아, 이것은 근접효과도 아니고

원래 이 배우 목소리가 저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소리는 저음역대 깎았다가, 배우가 발성하는 소리의 매력도 덜해질뿐더러, 클레임 들어온다.

(참고로, 원래 목소리에 저음역대가 없는데 근접효과때문에 저음역대가 높게 잡힌 경우는 저음역대 부분이 샛노랗게 되면서 골치 아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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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각도와 거리에서 녹음을 했다면, 이렇게 전구간이 이쁜 노란색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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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믹스까지 나에게 맡기시는 것인지, 분리된 BGM 트랙들도 나에게 주셨다.

(협의는 안 되었으나, 미국 달러로 (많이) 주시기 때문에 그냥 하기로 마음 먹었다.)

1oGVgKHufdtKvbs9ma36pusgnCKkzRc2aA4WRE0dXud53SADneR4UjJhFFNx0o6iX7hOEwehH-3I.jpg 공교롭게도 만화처럼 달러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사운드 맡길 때에는 이러는 게 표준인 것인지, 표본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BGM 믹스를 말없이 맡길 때에 이것을 해줘야되는가?'는 아니고,

이건 어차피 돈만 주면 다 하는거니까 괜찮다.

BGM 믹스든 노래 믹스든 누군가에게 맡길 때에는 무.조.건! 개별적인 트랙들이 넘어와야하는데,

한국의 드라마 팀이나 영화 팀에서 BGM 믹스를 요구할 때에 진짜 환장하는 부분이

2Track Stereo 파일 딸랑 하나 던져주면서 믹스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가 흔히 듣는 완제품의 그 트랙 그대로 보내주면서 믹스를 요구하는데

오디오를 모를 경우 그럴 수도 있으니

'음악감독님께 각각 개별적인 트랙들 요청해서 다시 저에게 주세요' 라고 나는 요구를 하게 된다.

그러면 한....80% 정도는 개별적인 트랙들을 넘겨받은 것을 내게 주셨으나,

문제는 20% 다!!!!

'음악감독님이 연락이 안 돼요' 라든가

'예전에 맡겼던 음악이라 연락처가 없네요....' 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되면 제가 듣고 따서 다시 편곡과 녹음 단계부터 새로 시작해야되는데 비용과 시간이 괜찮으세요??'

라고 믹스(=개별적인 트랙들을 만지면서 최종 결과물을 도출시키는 업무)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개별적인 트랙을 못 받겠다면 내가 만들 수 밖에 없으니 그렇게라도 진행하시겠냐를 묻지만

역시 문제는 시간과 돈이겠으나,

왜 완제품 2track Stereo 파일로 믹스가 불가능한지를 이해 못하시는 분이 더러 있다는 것이

속터지는 부분 되겠다.

아무튼 해당 미국 드라마의 담당자와는 이런 시답잖은 말싸움을 안 해도 되니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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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정식 공개되면 따로 또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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