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노래를 프로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보았다

AI 시대에도 결국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by 정이안

오늘은 오랜만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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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최근 몇년 사이 엄청난 속도로 발달중인 AI.

그렇게 우리는 大AI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서두를 깔고 시작하면


“아~~ 또 AI야???” 할 것 같아서, 그런 AI의 장점과 시장 파괴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와 같은 관점을 지닌 사람도 있을 테니까 끝까지 읽어보시면 좋겠다.


먼저, 나도 AI 를 여기저기에 즐겨쓰면서, 쓰다보니까 봉착하게 된 한계점이란게 있었다.


결과물에 대한 개연/맥락/이유가 부족하다.

-> AI 로 음악을 만들던 글쓰기를 시키든 그림을 시키든 프로그래밍을 시키든

단, 몇 초만에 해결을 해준다!!!


여기서 전세계인들이 '우와!!!!' 하면서 열광했으나

이걸 계속 쓰다 보니까 당면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에 대한 개연성, 맥락, 이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과에 대한 맥락과 개연.

이게 왜 중요하냐면 AI 로 만들어낸 결과물로 팔아먹든

AI 를 이용해서 회사 업무를 하든, 개연과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를 했다치자.

상사가 '이건 왜 이렇게 했지??'

라고 묻거나


외주 업무를 했을 때에 클라이언트가

'이건 어떤 식으로 해서 이런 값이 나온건가요?' 를 물었을 때

대답을 못 하면 서로 곤란하지 않을까?


즉,

내가 어떤 목적성과 이유와 맥락과 개연성을 가지고

어떤 판단을 통해서 이런 결과물을 도출했는지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는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 대전제가 바뀌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AI는 물어본 것에 대한 답만 던져주기 때문이다.


내 부인이 프로그래머라서, 요즘 AI 로 자꾸 코딩해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불만을 토로할 때에 줏어들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실례(實例)도 잠시 넣어보자면,


요즘 유행한다는 바이브 코딩.

그러니까 AI 에게

“이런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라고 물으면

AI가 짜주는 코드를 써서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단순히 본인이 상상 중인 기능을 구현하는 목적성으로

거기서 만족을 얻고

“런칭했더니 소비자들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반응해 주더라”

라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AI는 너무나도 좋은 툴이다.


이건 진짜 수공예의 증조 할아버지가 와도 AI 한테 큰 절 해야한다.

(오히려 나는 이 부분에서 서브컬처 업계에서는 AI 가 최고의 툴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본인이 상상하는 기능을 AI 로 구현했을 때에 이게 업(業)인 경우, 곤란해진다.

왜냐하면 업(業) 으로 움직이는 모든 일은, 싫든 좋든 조직.단체.협업이 껴있다.

그러니까


나 혼자 잘난 맛에

나 혼자 결과물을 도출하고

박수 짝짝짝 치고

나 혼자 회식하고

이러지는 않는단 말이지.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클라이언트든

직장 상사든

손님이든


그리고 이 설득력에는

개연성과 맥락, 그리고 이유가 필요하다.


결과물에 대한 개연성과 맥락을 파악하려면 결국 전문성이 필요하다.

(오해하지말라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지 혼자 만들고 지 혼자 만족한다면 개연성이고 나발이고 어딨겠나 그냥 쓰시면 된다.)


근데, 그냥 AI 한테 코드 써달라하고 그걸 복붙하고 '어? 작동하네?' 하고 끝낸다는게

내 부인이 지적한 AI 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는거다.


왜 그 코드를 여기에 썼는지 왜 이렇게 수정이 됐는지 이 메커니즘을 위해서 왜 이런 구문을 썼는지

이걸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AI 는 답만 내놓고 끝이란거지.


(이거 또 ...설마 기능 하나 구문 몇줄짜리 두고 '어? AI 한테 설명해달라고 하니까 설명도 해주는데요???' 라고 말할까봐 설명하자면,

기업 단위의 프로그래밍은 런칭 이후부터 지금까지 버전업을 반복할 때마다 여러 사람과의 협업이 엮여있어서

이게 단순히 몇줄 고쳐서 된다가 중요한게 아니고, 왜 이렇게 고쳤으며 이걸 통한 버그 가능성이랑 그걸 다 판단해야한다.

그럴려고 프로그래머들이 돈을 받는거다.

근데 이제 막 AI 로만 기능 구현한 사람이 여러 파일들이 나눠져있는 프로젝트에서 구문도 파일 하나 당 몇 만줄이 되는데,

그걸 AI 한테 고쳐달라고 하려고??? 그러다가 뻑나면??? 이 구문을 왜 이렇게 썼는지 본인이 이해를 못하면???)


사람들은 당신의 시간과 육체의 소비에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니고 당신의 전문성에 돈을 주는거다. 그게 최저 시급이 존재하고, 동일 노동.동일 임금이란 개념이 현실에서 성립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 정이안


하지만!

몇 년뒤, AI 가 왜 이런 값을 도출했는지 이유/맥락/개연성까지 설명을 해줄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책임자가 이해하기 쉽게끔 해준다?!

이런 시대가 오면 우리 모두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보든 인스타 릴스나 보든 하자.


2. AI 는 결국 전문가를 위한 툴이었다.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되고

누구나 작곡가가 되고

누구나 화가가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최종 승인자와 최종 책임자는 인간이다.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에 본인이 만족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좋은 툴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시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시장은 수많은 이해관계로 돌아가고

그 이해관계 속으로 들어가야만

비로소 목구멍에 풀칠을 할 수 있다.


나는 처음에 AI의 발전이

각자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도구로서

인간 전체의 창작 능력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발전하는 방향을 보니까

결국 구조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AI는 못하던 사람에게는 대략적인, 그냥 어디 가서 쪽팔리지는 않을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주고

이미 잘하던 사람에게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의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이걸 보면서 느낀 것은

이게 인류 전체가 골고루 나눌 수 있는 과실이라기보다는

이미 잘하던 사람이 시장을 더 크게 독점할 수 있게 만드는 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운이 좋으면 혹은 틈새를 잘 찾으면

시장 전체의 0.0001% 점유율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이 AI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들이

더 빠르게 만들고 더 많이 만들고 더 높은 완성도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결국 초심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까지 사라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3. 그래서 나도 해보았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끌었다)

요즘 친구들은 맥락/개연/서론 설명이 길면 나가버린다는데

나는 개연/맥락/이유/서론이 없으면 '임마 뭐라카노??' 가 나오는 꼰대 포티라서 어쩔 수 없다.


AI로 이것저것 다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음악인 생활을 20년 넘게 해온 사람이 AI가 만든 노래를 다시 만지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바뀔까? 어느 날 불현듯 그게 궁금해졌다.

(사실은 이걸로 돈 벌 수 있지 않을까 + AI가 만들어주는 음악이 너무 구려서 라는 이유도 많이 있었다.)


음악에 대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내 부인이 이런 나의 의문에 대해 되묻더라.


“AI로 만든 똑같은 노래를 다시 만든다는 게 의미가 있어??? 똑같은 노래잖아.”


정말… 프로그래머다운 생각이다.

그래서 감수성 풍부한 T 100% ISTJ인 내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결국 나도 증명하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는 몸에 T만 흐르는 ISTJ였으니까.)


그래서 일단 먼저 한번 들어보고 오자.

https://youtu.be/HvMkC9CCj-c


어때?! 다르지?! - 인간이 다시 만들었을 때에 어떻게 바뀌는지 들려줬던 그 날의 정이안


이 결과물을 마주 했을 때에 더 확고해졌다.

히트곡 하나 없는 내가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었는데 만약 진짜 전문가면 어느 정도로 달라질까?

(음악 20년 했는데 왜 히트곡이 없냐고, 내 데모곡들을 들어본 적도 없는

무례한 인간들이 익명으로 하도 지랄 염병들을 떨어서

요즘은 히트곡 없다는 걸 나름의 겸손과 비아냥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작곡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음악 이론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AI 로 만든 노래에 대해서 일말의 의심없이 '아 좋다~' 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실제 기타 소리가 어떤 건지, 실제 베이스의 울림이 어떤건지,

킥, 스네어, 하이햇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울려야 되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AI가 만들어주는 음악이 굉장히… 말이 안 되는 구성의 집합을

어떻게든 그냥 듣고 넘어가게끔 만든 조합이라는 게 들린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고 저 부분을 저렇게 바꾸면 훨씬 좋아지겠는데?”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그렇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4. 인간 나부랭이의 작업 과정

AI는 딸깍만 하면

몇 초 만에 노래 하나를 뚝딱 만들어준다.


하지만 인간이 음악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 오후 12시쯤에 일어나서,

나체로 책상 앞에 앉아서

홍차 한잔 마시면서 컵라면 좀 먹고


인스타 릴스 좀 3시간 정도 보다가

DAW 켜고 롤 한판 좀 하다가

모바일 게임 가챠 좀 돌리려다가


'아 이러면 폐급인데...?' 라는 자각이 들 때쯤


노래를 듣고 트랙 하나하나 청음해서 따줘야한다.

코드부터, 구성, 리듬 구조, 악기 종류 등등...


이런 것들을 전부 귀로 듣고 정리한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다시 릴스 3시간 보고 반복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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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트랙을 대략 96개쯤 만든 다음

그때부터 믹싱을 시작한다.


보컬 트랙은 AI가 만들어준 노래에서

본드로 붙여진 레고 블럭을 뜯어내듯이 트랙 분리로 떼어내서 그대로 쓰기에는

Artifact(인위적으로 왜곡된 느낌) 가 너무 강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시 똑같이 불러서!!!

(녹음할 때 너무 귀찮아서 현타 많이 왔으니까 강조한다.)

AI 보컬 변환 툴에 넣은 보컬 트랙을 사용했다.

안타깝게도 보컬 변환 툴에서 동양인 여자 아이돌에 어울리는 보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 소년 음색을 사용했다.


아무튼, 이렇게 완성을 하였다.


어떤가?!

정말 같은 곡인가 싶을 정도로 차이나지 않는가?

멜로디는 같지만 음악의 밀도, 공간, 에너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딸깍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나 같은 ㅈ문가도 이 정도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전문가라면

AI를 활용해서 얼마나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면서

우리 모두 전문가가 되도록 합시다.


그게 아니면

전문가에게 돈 주고 맡기셔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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