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이 힘을 얻기까지

취향1관. 생활 습관 – 정리 편

by 나는미미

취향(趣向), 뜻 취 향할 향

한자를 보면 ‘뜻이 있는 곳으로 향하다’라는 의미로, 국어사전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방향’으로, 영어로는 taste, liking, preference로 해석된다.


대게 취향이라함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 이분법이 적용되게 마련이다. ‘뜻’이라는 것이 좋고 싫음을 말하는건가? 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뜻하는 바’ 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다른 단어로 말해보면 ‘원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취향은 좋아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취향이 묻어난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의도해서 보여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풍기는 생각, 행동, 말, 분위기라 생각한다. 물론 의도한 것들이 있긴 하겠지만 후후


생활 습관에 취향이 있냐고 물어보면 어느 것에도 취향은 있다. 기상 시간, 빨래 개는 법, 물건 정리하는 방법 등 같이 사는 가족과도 다른 것이 생활 습관이다. 오늘은 나의 정리 취향’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정리에 대한 강박이 조금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책장을 정리할 때 책의 크기, 두께, 시리즈별로 구분하여 꽂아두었다. 크기가 작은 것부터 왼쪽으로 두고 같은 크기 안에서도 두께가 얇은 것을 먼저 꽂았다. 시리즈는 별개다. 유독 책 정리에 집착?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구매할 때부터 시작된다. 직접 서점에 가서 눈으로 봐야 했고, 온라인 구매도 택배 배송은 하지 않았다. 책을 구매하기 전에 책 표지, 모서리 등 모든 겉면을 다 살펴보고 만져본 후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비단 책뿐만 아니라 문제집을 구매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어차피 문제를 풀거나 책을 읽다 보면 더러워질 텐데 왜 그러냐며 이해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돈을 주고 사는데 가장 좋은 것, 깨끗한 것을 사고 싶었고 그 이후에 더러워지는 건 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낸 더러움은 괜찮지만 원래부터 더러운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대여하기보다는 새 책으로 사서 읽었다. 그게 더 책을 재밌게 읽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옷 정리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 상의는 흰색부터 시작해서 무지개 색 순서대로 가다 마지막은 회색, 검정색으로 끝이 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옷도 왼쪽부터 흰색으로 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양말도 바로 발을 넣을 수 있게 윗면이 딱 보여야 하고 속옷도 마찬가지다. 가끔 우리집 사람(이하 레오라고 하겠다. 그 분의 활동명이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는 다시 꺼내서 접기도 한다(레오 미안).


최근에 TV에서 한 부부가 소개되었는데 아내가 식사 준비가 다 되었는데도 정리하느라 식탁에 앉지 않았고 그 모습을 남편은 식탁에 앉아서 바라보며 먹고 치우라고 말한다. 그렇게 몇십 분이 흐르고 결국 남편이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우리 집을 보는 듯했다. 다 치우고 먹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아내의 말에 매우 공감하면서도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레오가 생각났다. 음식이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빨리 오라고 나를 부르며 기다리던 레오에게 금방 간다고 먼저 먹으라고 말하며 결국 다 정리하고 나서야 식탁에 앉았다. 지금은 먹기 전에 정리를 끝낼 만큼 능력치가 올랐고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 건 물만 담가둔다.


정리와 청소는 연결되어 있다. 정리가 잘 되어있으면 청소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두 가지가 잘 보여지는 곳이 회사 책상이었다. 우선 회사에 짐이 많지도 않았고 퇴근할 때마다 책상을 정리했다. 동료들이 당장 내일 퇴사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1월에 퇴사를 했는데 챙겨온 짐이 키보드 마우스 손목 보호대 뿐이었다. 신던 실내화, 칫솔은 버렸고 나머지는 다 회사 물품이었으니까.


혹자는 이게 취향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청소와 정리에 대해 내가 뜻하는 바, 원하는 바를 이야기 했으니 취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취향이 공동체에서 보편성을 얻으면 유행으로 등장한다는데 아직은 멀은 것 같다. 그래도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나의 취향에 힘을 실어줄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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