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김치찌개, 남의 살을 썰어내는 일

by 서모니카

점심에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생고기를 썰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삼겹살은 차갑고 단단했다. 예리한 칼을 꺼내어 ‘숭덩’ 썰어보았지만 생각만큼 시원하게 잘리지 않았다. 힘을 조금 더 주어 고깃결을 밀어내며 썰어야 겨우 잘렸다.


고기 하나 써는 게 뭐 이렇게 어렵지 싶다가도, 문득 소름 돋는 생각이 스친다. 이건 ‘남의 살을 써는 일’이다. 이 정도로 찜찜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서늘한 일이겠다.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라고 대충 썰면 안 된다. 두껍게 썰면 국물 맛이 텁텁하고, 너무 얇으면 씹는 맛이 없다. 게다가 한 조각 한 조각 비슷한 크기로 썰어야 한다. 그래야 끓일 때 고기가 익는 속도도 비슷해지고, 그릇에 담겼을 때 보기도 좋다.


마음을 끊어내는 일도 그렇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을 때, 우리는 마음 속 칼을 꺼내든다.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한번에 ‘숭덩’ 끊어지지 않는다. 고깃결을 따라 칼을 밀어넣듯, 관계의 틈새를 찾아 제대로 잘라내야 한다. 억지로 휘두르면 오히려 비뚤어지고 단면이 너덜너덜 해질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찜찜하다. ‘그래도’ 마음을 썰어내는 일인데, 이 정도로 쓸쓸하지 않으면 너무 서늘하지 않겠는가.


나는 칼끝에 힘을 실어 비슷한 크기의 고기 조각을 만들어내면서, 내가 썰고 있는 게 고기인지 마음인지 헷갈렸다.


찜찜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유난히 맛있던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으며 문득 당신의 입술 언저리가 떠올랐다. 묻고 싶었다, 당신도 쓸쓸하긴 했었는지. 지금은 그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안온하신지. 그렇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으련만.


<보기 좋고 맛도 좋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레시피>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도마 위에 올리고 결 방향대로 썬다. 칼을 세워 자르지 말고, 살짝 눕혀 결을 끊듯 썰면 부드럽게 씹힌다. 두께는 0.5~1cm 사이로 취향에 따라 자른다.
-냄비에 참기름 1큰 술을 두르고 중불에서 고기를 볶는다. 겉면이 살짝 하얗게 익고 기름이 배어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볶아준다.
-잘 익은 김치를 넣고 함께 볶는다. 김치의 숨이 죽으면, 재료가 모두 잠길 만큼 물을 붓는다.
-센 불에서 한 번 팔팔 끓인 뒤, 거품을 걷어내고 약불로 줄인다. 다진 마늘 1큰 술, 고춧가루 1큰 술을 추가로 넣고 10분 정도 은근히 끓인다.
-추가 재료는 취향껏! 두부는 한 입 크기로 썰어 넣고, 양파와 대파도 넣는다. 간은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맞추되 살짝 싱겁다 싶은 정도로.
-한소끔 더 끓여 국물이 걸쭉해지고 고기와 김치의 맛이 잘 어우러지면 불을 끈다.


김치찌개.png


이전 01화동글동글 예쁜 계란 프라이, 당연한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