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꼭 가는 곳이 있다.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 무한 리필 음료바가 있고, 식기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시간과 관계 없이 아침이든 저녁이든 촉촉하고 포슬포슬한 오믈렛을 먹을 수 있는 그곳 말이다.
그 오믈렛은 정말 부드럽다. 숟가락으로 뜨면 안에 반숙 상태의 노란 달걀이 촉촉하게 흘러내리고, 그 위에 데미그라스 소스나 케첩을 살짝 얹어 먹으면 부드럽고 달콤짭짤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 몇 번이고 집에서 오믈렛 만들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나한테 오믈렛은 매번 실패의 연속이었다. 팬에 올린 순간부터 마음이 급해지고, 접기 직전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가도 뒤집는 순간 다 터져버렸다. 완전히 실패했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그냥 뒤집개로 마구 휘저어 스크램블 에그로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해서 만든 스크램블 에그가 더 맛있다. 부드럽고 촉촉해서, 내가 겨우 만들었을 오믈렛보다 오히려 ‘성공작’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중간까지는 오믈렛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다가 마지막 순간에 휘저어 스크램블 에그를 만든다. 신기하게도, 오믈렛 만들 듯 시작했을 때와 그냥 대충 스크램블 에그 만들 때의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덜 익어서 촉촉하고, 후자는 언제나 너무 익어서 버석버석하다. 실패를 교묘히 이용한 성공이다.
알고 보면 나는 요리뿐 아니라 인생도 이런 식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대로 멋지게 성공한 적은 별로 없다. 늘 시도하다 깨지고, 실수하고,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아, 이렇게 하면 더 낫겠구나’ 하고 배웠다.
취업준비생 때, 꼭 가고 싶던 대기업 면접 전형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예상 질문지를 준비해서 혼자 묻고 답하는 연습을 질리도록 하고 들어선 면접장. 하지만 막상 네다섯 명이나 되는 면접관을 홀로 마주하고 서니, 긴장되어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면접관들은 쉴 틈 없이 내게 질문을 보냈고, 내 머릿속에서 예상답변지는 이미 날아간지 오래였다. 결국, 생각나는 대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부모님께도 이미 망했으니까 기대 마시라고 밑작업(?)을 해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야. 면접 전형 결과 발표를 보니 ‘통과’였다. 준비했던 답변대로 말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통과라니. 그때 돌이켜 생각해보니, 오히려 즉석에서 꺼낸 내 대답이 면접관들에게는 더 솔직하고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들렸나 보다. 이 때 깨달았다. 나는 준비하고 외워서 스피치하는 것보다, 그냥 대화하듯이 줄줄 생각을 꺼내는 것에 강한 타입이라는 걸.
실패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결국 새로운 길을 알려준 셈이다. 촉촉한 스크램블 에그처럼 말이다. 오믈렛 실패에서 시작했지만 그 덕분에 ‘나만의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실패가 조금 덜 두렵다. 앞으로도 뭐든 시도하다가 깨지고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또 내가 쓸 수 있는 방법 하나쯤은 건져낼 테니까.
<촉촉한 스크램블 에그 레시피>
달걀 2~3개를 깨서 볼에 넣고, 우유나 생크림을 두 큰 술을 넣어 잘 풀어준다. 소금은 한 꼬집만.
버터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약불에서 녹인다. 버터가 갈색으로 변하기 전에 달걀물을 부어준다.
오믈렛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주걱으로 살살 모아가며 둥글게 만든다.
반 이상 익었을 때 주걱으로 크게 휘저어 덩어리를 부순다. 달걀이 아직 촉촉할 때 불을 끄고 잔열로 마저 익힌다.
접시에 담고, 원한다면 케첩이나 파슬리 가루를 살짝 뿌린다. 돈까스 소스를 올려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