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라떼, 그래도 이게 원조라고요

by 서모니카

얼마 전 인스타그램 릴스를 스크롤하다가 유명 예능 토크쇼를 짧게 편집한 영상을 보게 됐다. 1타 영어 강사라는 분이 나와서 ‘카페 라떼’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까페라고 하면 안 되고, 카페라고 해야 된다’면서 아주 자신 있게 말했다. ‘카페이 라테이’라고. 순간, 내 머리 위에 커다란 물음표가 둥둥 떴다.


‘엥, 뭐지?’


대학교 때 이탈리아어를 복수전공했고, 운 좋게 이탈리아 현지에서 공부할 기회까지 얻었던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카페 라떼’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였고, 매일 아침 현지 교내 카페에서 듣던 말이었으니까. 이탈리아어 원어 발음은 굳이 한글로 옮기자면 ‘까페 라떼’가 가장 가깝다. ‘카페’보다는 훨씬 더 강하게, 거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는 소리로 발음해야 한다. 그 강사가 설명하듯 부드럽고 흘러가는 발음은 아니다. 그리고 ‘라떼’ 역시 ‘라테이’보다는 한국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쓰고 있는 ‘라떼’가 훨씬 더 비슷하다.


그 영어 강사가 말하길, 카페에서 ‘까페 라떼’라고 하면 종업원이 못 알아듣는다고 했다. 그러니 ‘카페이 라테이’라고 해야 한다고. 토크쇼에 출연한 다른 연예인 패널들은 강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외국인들에게 ‘김치찌개’가 아니라 ‘킴취취개이’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언어’를 가르치려면 그 단어가 어느 나라 말인지는 알아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커피의 원조가 어딘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카페 라떼라는 단어 얘기다.)


내가 조금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일들이 내게는 뭐랄까, 언어의 패권 싸움처럼 느껴진다. 원래의 말이 무엇이든, 어디서 왔든 간에, 더 강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결국 정설처럼 굳어버리는 것. 미국식 영어가 세계 표준처럼 취급되는 것도 그렇다. 물론 실용적으로는 그게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괜히 아쉬운 거다.


미국인들이 ‘까페 라떼’라는 발음을 하기 어려워서 ‘카페이 라테이’라고 하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 나도 외국어 발음을 제대로 못할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게 정답인 것처럼 가르치는 건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이 “야, 그냥 커피나 편하게 좀 마시자고. 너무 진지하다고!”라며 웃는다. 하지만 언어를 전공한 나에겐 그 사소한 에피소드도 문화와 기억의 문제다. 언어라는 건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그 말이 만들어진 사람들과 풍경, 시간까지 함께 들어 있는 작은 타임캡슐 같은 거니까. 시대에 따라 언어가 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모카로 커피를 내렸다. ‘모카’는 이탈리아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끓이는 작은 도구다. 아래는 물통, 중간은 커피 가루를 담는 통, 위는 커피가 모이는 통으로 된 작은 3단 주전자다. 물과 커피를 제자리에 넣고 꽉 조여 닫은 뒤 끓이면, 맨 아래에 있는 물이 증발하며 뜨거운 수증기가 커피층을 뚫고 지나가면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치치-’하는 소리가 나며 뚜껑이 달그락 거리면 커피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는 엄청나게 고소한 커피 향이 주변을 꽉 채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카 하나쯤 들이는 걸 추천한다. 처음 살 때는 자그마한 주전자 같은 게 뭐 이리 비싼가 싶을 수 있는데, 한 달이면 뽕을 뽑고도 남는다. 밖에서 사 마시는 커피 10잔만 줄여도 살 수 있다.


모카만 있으면 집에서 에스프레소는 물론이고 카페 라떼까지도 무난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커피 맛이 진짜 장난 아니다. 너무 너무 맛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모카가 두어개 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가정식 ‘까페 라떼’를 맛보고 싶다면 시도해보자.


<이탈리아인 친구네서 마시는 맛, 카페 라떼>

-모카의 아래쪽 물통에 안전밸브 바로 아래까지 물을 가득 채운다.

-중간층인 필터에 커피 가루를 티스푼으로 평평하게 담는다. 이때 커피 가루를 꾸욱 누르지 않고 그냥 고르게 정리해 준다는 느낌으로 편다.

-모카포트를 조립한 후 약불에 올린다. 틈이 벌어지지 않게 꽉 닫아야 중간에 그 사이로 커피가 새지 않는다.

-커피가 다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우유를 준비하자. 냄비에 우유를 넣고 데운다. 끓이는 게 아니라, 60~65도 정도로 데우는 것이다!

-컵에 에스프레소를 먼저 따르고, 그 위에 데운 우유를 천천히 부어준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한 스푼 정도 넣어 휘휘 저어 마셔도 좋다.


카페라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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