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튜브를 시작하긴 했는데
페이스북 다음 정착지로 정한 곳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였다. 비유를 하자면, 2주택자가 된 거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따로 관리랄 것도 없이 모델 활동을 하며 찍힌 사진들을 모아 올리기로 정했다.
맨날 똑같은 각도와 똑같은 얼굴의 셀카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걸, 이미 페이스북 활동 때 깨달았다. 그렇다고 사회 초년생이 매일 같이 맛집이나 멋진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도 부족했지만, 매일 그런 생활을 했다간 월급보다 지출이 많아질 판이었다. 지금 당장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도, 이미지적으로 다른 이용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 답은 간단했다. ‘어? 나 모델 활동하면서 찍힌 사진 많잖아. 그걸 나눠서 올리지, 뭐.’ 인스타그램은 저 활동만으로도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갔다.
직장 특성 상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했고, 밖을 나다니는 것보다 집안에 머무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유튜브는 또다른 좋은 대안이 되었다. 낮이든 밤이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방구석에서 얼마든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느냐인데.
나는 그때부터 다시 고민의 늪에 빠졌다. 요리? 아니야, 난 요리 못해. 거기다 매번 재료를 사는 비용이며, 만들고 나서 뒤처리는 언제 다 해? 먹을 입은 나 하나뿐인데. 음악 추천? 이건 좀 끌리는데. 어라, 유튜브에서 저작권 있는 음악으로는 수익 창출이 안 되네. 그럼 패스. 뷰티? 흠, 이쪽은 다들 좋은 촬영 장비랑 조명을 쓰는구나. 하긴, 화질 떨어지는 영상으로는 섬세한 터치를 표현할 수 없겠지. 거기다 난 피부도 별로 좋은 편이 아냐. 그럼 이탈리아어 강의를 해볼까? 아니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을 텐데. 이렇게 보니, 나는 생각보다 무능한 인간이었다. 특출나게 할 줄 아는 게 뭐 이렇게 없어?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페이스북 팔로워는 그래봐야 이제 고작 5천명 남짓, 갓 만든 인스타그램은 1000명 정도였다. ‘인플루언서’가 될 때까지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단 유튜브 채널부터 파고 봤다. 원래 뭐든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까, 반은 온 거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세운 전략은 ‘눈치껏 따라하기’였다. 재료가 많이 드는 것,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것,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하나씩 소거하고 나니 일명 ‘썰튜브’가 남았다. 출연자 한 명이 등장해 말 그대로 ‘썰을 푸는’ 영상이다. 썰의 주제는 무궁무진했다. 나는 그 중에서 유튜브 조회수가 높은 것들을 몇 개 목표로 삼고 따라해봤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넓은 주제이면서도, 다소 자극적인 양념을 조금 친 주제들. 내 첫 번째 유튜브 콘텐츠 제목은 ‘SNS 대표진상 5가지 유형’이었다. 나름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거쳐오며 겪은 경험들을 잘 녹인 콘텐츠라 생각했다.
집에 있는 탁상용 스탠드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촬영한 ‘저퀄리티’ 영상이었다. 그래도 첫 콘텐츠인데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잘 골랐다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올린지 며칠이 지나도 조회수 한 자리를 넘기지 못했다. 와, 이거 큰일 났는데. 혹시 폰카로 찍어서 그런가? 아니면 편집을 너무 대충 했나? 그것도 아니면 주제를 잘못 정한 건가. 아니야, 다른 유튜버들이 이런 거 다뤄서 대박 많이 터졌던데.
결국, 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다른 콘텐츠들도 만들어 올렸다. 탁상용 스탠드 조명을 플로어 스탠드로 바꾼다든가, 폰카 전면 카메라 대신 화질이 더 좋은 후면 카메라를 써본다든가, 편집 스타일을 바꿔봤다. 주제도 계속 바꿨다. ‘내 애인의 여사친이 짜증나는 순간들’, ‘흰쌀죽 먹방’, ‘솔로가 크리스마스 잘 보내는 방법 5가지’ 등.
채널에 영상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조회수가 오르긴 했다. 그러나 개미 오줌만큼이었다. 가장 잘나가는 영상 조회수가 50을 못 넘기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아, 왜?! 똑같은 주제를 다뤘는데 저 사람은 되고, 난 안 돼?”
어? 답이 여기 있었네. 똑같은 주제를 다루니까 그렇지. 나 같아도 똑같은 주제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두 명이 있다면, 아무래도 더 유명하고 영상 제작 퀄리티도 높은 유튜버를 택할 거다. 똑같은 제품을 살 거라면 인증된 곳에서 사는 게 안정적이니까.
그래서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다시 고민했다. 정답은 ‘아이돌’이다! 지금이야 아이돌 출신 유튜버들이 꽤 많지만, 당시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획사 눈치도 보이고, 아직 유튜브가 완전히 자리잡은 때는 아니라서 다들 상황을 좀 지켜보려던 거였겠지. 하지만 잃을 거 없는 나는 바로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일곱 번째 유튜브 콘텐츠는 <아이돌 출신이 밝히는 아이돌 연애 Q&A>!
낀플루언서 TIP. 원소스 멀티유즈를 잊지 마세요. 하나의 콘텐츠를 플랫폼 별 핏에 맞도록 편집만 해서 모두 올리세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파야지’하는 생각보다는 ‘이것을 주력으로 하고 저것들은 서브 키워야지’ 하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플랫폼이 언제 흥할지 모르니까요. 실제로는 다주택자가 되기 어려워도, 플랫폼에서는 N주택자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