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몸을 맡기다>

거센 물살 속에서 바위를 놓아준 뒤에야 시작된 항해.

by 내려놔야 산다

​굽이치는 물살이 무서워

바위를 꽉 움켜쥐고 버텼습니다

손톱이 빠지고 팔이 저려와도

이것 놓으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등 뒤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이 나를 자꾸만

물속 깊은 곳으로 끌어당깁니다

살려달라 비명을 지를수록

입안 가득 차가운 강물만 차오릅니다


​그때 보았습니다

힘을 빼고 손을 놓은 나뭇잎 하나가

물결을 따라 유유히

벼랑을 지나 평원으로 흘러가는 것을


​비로소 바위를 놓아봅니다

짐짝 같은 욕심도 물결에 던져버립니다

가라앉을까 두려웠던 몸이

오히려 가볍게 떠올라 흐르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이 흐름에 나를 맡기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생존임을 압니다


​내려놓으니 흐릅니다

흐르니 비로소 숨이 쉬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