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가 견디는 법>

모든 것을 잃은 겨울의 한복판에서, 가장 단단한 나를 발견하다.

by 내려놔야 산다


​화려한 잎들을 다 떨구고 나서야
비로소 보였습니다
내 몸을 지탱하던 줄기가
이토록 야위고 말랐었다는 것을


​찬 바람이 뼈마디를 파고들고
뿌리 끝까지 얼어붙는 지독한 계절
남들은 다 끝났다고, 죽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야 가장 단단해집니다


​치열하게 매달려 있던 열매들
풍성하게 나를 덮어주던 명예들
그 무거운 것들을 다 털어내고 나니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는 이 자리
오직 내 안의 가장 깊은 곳
한 점 생명의 기운만은 빼앗기지 않으려
깊고 어두운 땅속을 더 굳게 움켜쥡니다


​봄은 멀고 현실은 여전히 춥지만
텅 빈 몸으로 견디는 법을 배웁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아니라
비로소 오롯한 나 하나만 남았습니다


​견뎌야 삽니다
비워낸 그 자리로 다시 봄은 올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