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틈새의 영토

by 내려놔야 산다

​아무도 빌려준 적 없는 땅이었으나

나는 기어이 보도블록 비좁은 틈새에

나만의 뿌리를 내렸습니다.


​세상의 화려한 화분들이

선택된 흙과 정제된 물을 마실 때,

나는 지나가는 발길에 치이고

먼지 섞인 빗물을 핥으며

오직 살아있음 그 자체를 증명해 왔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도 서럽지 않았습니다.

나를 가꾸는 주인의 손길은 없었지만,

덕분에 나는 누구의 가위질에도

내 본연의 모양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잘려 나가면 더 억세게 돋아나고

밟히면 밟힌 대로 땅바닥에 더 낮게 엎드려

결국은 아무도 탐내지 않는

이 척박한 틈새를 나의 영토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잡초라 부르며

쓸모를 묻곤 하지만,

나의 쓸모는 타인의 시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좁은 곳에서 가장 깊게 뿌리내리는 법을 배우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저

아침 이슬의 서늘한 생명력을 맞이하는 것.


​비워낸 자리가 시린 계절이 와도

나는 이 틈새를 떠나지 않습니다.

화려한 꽃잎은 바람 한 점에 무너지지만,

낮게 엎드린 나의 초록은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 아침,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이 작은 틈새에서

가장 정직한 나의 자존을 확인합니다.


​남겨진 것이 오직 흙 한 줌뿐이라 해도

그곳이 내가 뿌리내릴

가장 단단한 우주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