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건네는 무조건적인 항복

완벽이라는 이름의 감옥을 걸어 나오며

by 내려놔야 산다

​직선으로만 가야 한다 믿었습니다.

가슴엔 늘 자 한 자루 품고서

내 삶의 둥근 곡선들을

매정하게 깎아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잘 해내야 한다는 다짐은

어느새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장 먼저 나를 베고

가장 깊게 나를 찔렀습니다.


​참 모질게도 몰아붙였습니다.

백 점이 아니면 빵점이라 믿었던

그 지독한 흑백의 세상 속에서

나는 얼마나 숨이 가빴을까요.


​이제는 덜 마른 그림처럼

조금은 번지게 두려 합니다.

획이 삐져나온 서툰 글씨가

더 따스한 진심을 전하듯,

나의 부족한 자국들이 모여

비로소 사람 냄새나는 풍경이 됨을 믿습니다.


​꼭 쥐고 있던 고삐를 잠시 놓아줍니다.

팽팽하던 긴장의 줄이 스르르, 풀려버린 그 자리

비어버린 그 넉넉한 공간을

진정한 나의 집으로 삼으려 합니다.


​완벽이라는 감옥을 걸어 나와

'애썼다'는 햇살 아래

이제는 잠시 등을 기대고 앉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