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서

기울어짐 없는 마음이 주는 평온

by 내려놔야 산다


​밝아오는 쪽으로 몸을 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어두운 쪽을 밀어내지도 않았습니다


​한 생애가 저물어가는 서쪽의 퇴로와
새로운 소란이 시작되는 동쪽의 입구 사이
나는 그저 서늘한 정적의 축이 되어 서 있습니다


​빛은 정복하려 들고
어둠은 버티려 하지만
그 팽팽한 힘의 균형을 깨는 건
언제나 '가지려는 마음'이었습니다


​환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어두워야 한다는 안식마저 비워낼 때
비로소 풍경은 나를 통과해 흘러갑니다


​이편과 저편,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은 채
기울어짐 없는 마음 하나로 족합니다


​세상의 광대함 앞에 내가 작아질수록
나는 비로소 우주만큼 넓어집니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두 손이
가장 무거운 평온을 들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