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비친 달을 가지려 물속으로 뛰어들지 마라
세상 모든 것이 이와 같다는 걸 잊고 살았습니다.
손에 잡히는 것만이 진짜라고 믿으며
그걸 놓치지 않으려 손바닥이 벌겋게 붓도록 꽉 쥐고 살았지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첫째, 내 불안은 신기루였다는 것을.
저 멀리 오아시스가 있는 줄 알고 달려갔지만
가까이 가면 먼지만 날리는 빈 땅이었던 것처럼,
내가 잠 못 이루며 고민하던 그 거창한 걱정들도
사실은 실체 없는 구름의 성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둘째, 내 집착은 물 위의 달이었다는 것을.
밝은 하늘에 뜬 달을 가지겠다고 호수 속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저 고요히 바라보면 내 마음이라는 물 위에 비칠 뿐인데,
그 그림자를 진짜라 착각해 물을 휘저으며 스스로를 빠뜨리곤 했습니다.
달은 원래 거기 있고, 물 위의 것은 그저 비친 찰나일 뿐인데 말이죠.
셋째, 타인의 말은 메아리였다는 것을.
누군가 내뱉은 날카로운 말, 비난의 목소리에 밤새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산을 울리고 사라지는 메아리와 같습니다.
그 울림 속에 사실 어떤 음악도, 선율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지나가 버릴 진동에 내 인생 전체를 흔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넷째, 내가 만든 마술쇼를 멈추는 것.
우리는 스스로 마술사가 되어 매일 화려한 환상을 만듭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멋진 마차와 황소를 그려내느라 진을 다 빼지만,
무대 조명이 꺼지면 남는 건 홀로 서 있는 나 자신 뿐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진짜 내가 보입니다.
내려놔야 산다는 것.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짜를 진짜라 믿으며 힘 빼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오늘도 내가 쥐고 있는 것이
혹시 신기루는 아닌지, 물 위의 달은 아닌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비어있음을 알 때, 비로소 나는 가장 가볍게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