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America-know

같은 대륙 다른 나라 (1) 볼리비아(Bolivia)

by 나는

2026년 슈퍼볼 하프타임의 베드 버니가 열거했던 나라들을 하나씩 알아가기로 했다. 이름하여 나의 아메리카노(America-know) 프로젝트. 동명의 커피 음료를 빗댄 말이다. 라떼만 즐겨 마시는 나에게 있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아메리카노는 쓰기만 한 묽은 음료에 지나지 않는다. 달디단 디저트가 있을 때에만 효용이 있는. 비슷하게 나는 같은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 중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무심했다. 그저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필요할 때에만 들여다 보는 목록이었다.


무지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나 그 사실에 개의치 않는 자세가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를 알아챘으므로, 하나씩 알아가 보고자 한다. Gemini의 도움으로 아메리카 대륙에는 UN이 인정하는 국가가 총 35개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 중 캐나다 미국 멕시코를 제외하면 32개국.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까운 곳에서 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직원 중 나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 E에게 물었다. 모국이 어딘지 물어봐도 될까? 그는 볼리비아라고 답했다.


Gemini에게 볼리비아에 대해 물어봤다. 위치와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간략히 설명해 준다. 하지만 나는 이런 건조한 정보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정보를 원했다. 다음 날 출근길에 E에게 물어볼 간단한 세 가지 질문을 생각했다. 첫 번째 질문. 볼리비아에 대해 이야기해 줄래? E가 '볼리비아'하면 떠올릴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두 번째 질문. 볼리비아를 생각할 때 가장 그리운 건 뭐야? 그리고 마지막 질문. '아~ 나는 볼리비아인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야?


누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먼저 생각해 본다. 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하라면 나는 한(恨)과 정(情), 그리고 빨리빨리 정신에 근간한 역동성을 언급할 것 같다. 가장 그리운 걸 물어본다면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과 간식거리,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지나 온 인연들.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맵고 짠 한국음식을 먹으며 전율을 느낄 때라고 답할 것 같다.


나의 질문에 E는 답했다. 볼리비아는 바다를 볼 수 없는 내륙에 위치한 작은 나라지만, 평지부터 고원까지 모든 지형이 골고루 존재하는 나라라고. 볼리비아를 생각할 때 가장 그리운 건 모든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한다. 직종과 근무 스케줄이 제각각이고 개인주의적인 미국과는 달리 E의 고향 사람들은 대개 주 5일, 9-6 동안 일을 하고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 커뮤니티에의 소속감이 미국으로 이민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립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이었다. 미국에서의 편안한 삶이 좋긴 하지만 볼리비아의 문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E는 볼리비아를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딸과 함께 매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전세계 문화 축제 퍼레이드(Carnaval San Francisco)에 볼리비아 전통의상을 입고 참여한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이 행사는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아프리카 문화를 중심으로 삼바, 댄스, 라이브 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퍼레이드라고 한다. 나의 America-know 프로젝트의 즐거운 할 일 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다.


오전 근무를 시작하기 전 15분 동안 나눈 E와의 대화 덕에 나의 하루는 밝게 시작되었다.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인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건네받은 기분이다. 같은 회사 동료라는 역할에서 한 발 떨어져 나와 한 인간으로서의 E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볼리비아를 떠올리며 환하게 번지던 E의 미소, 볼리비아의 유명 관광지인 유우니 사막과 모든 시설이 소금으로 빚어진 특이하고 멋진 근처 숙소를 소개하며 자랑스러워하던 E의 얼굴, 딸과 함께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던 E의 모습은 나의 볼리비아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용광로라는 미국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알게 된 순간. 이 순간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라라키루 14기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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