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공무원인가 — 과녁 안의 생존 선택

by 백안


인터뷰에서 나는 종종 같은 질문을 받는다.

“다양성을 가진 분이신 것 같은데,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공무원을 어쩌다 하게 되셨나요?”


내가 공무원이 된 첫 번째 이유는 단순했다.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나를 평범하게 소개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지만, 단순히 상가 내에서 샌드위치를 배달하는 일자리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사장은 “우리는 여직원을 구하는데요”라는 말을 던지며, 나처럼 보이쉬한 외모의 사람은 뽑지 않겠다는 표현을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샌드위치 배달과 머리 길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조용히 가게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는 야간에 일하는 일이라던가, 성별구분이 필요 없는 물류센터 일자리라던가, 주로 일이 고되거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일들 뿐이었다. 그제야 나는 "머리를 길러보면 어때?" 라던 선배들의 조언을 이해했다. 사회적 통념과 다른 외모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존재할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내게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또 하나의 위험요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왜 그렇게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나는 22살부터 10년 넘게 짧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저녁 늦게 돌아다닐 때, 나는 숱한 성희롱과 위협을 경험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손잡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공개적으로 성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머리를 자르게 되었는데, 짧은 머리의 효과는 강력했다. 쇼트커트에 키가 큰 여성은 얼핏 보면 남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남성들의 시선이나 성폭력 위험에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머리는 나에게 무한한 안전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나다운 모습을 찾아주었다. 동시에 누군가를 위해 꾸미는 외모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었다. 나는 ‘생존쇼트커트’이라 부르는 나의 머리스타일을 사랑한다. 이는 사회적 편견을 딛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재하기로 결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저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음에도, 사회에서는 나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해 보이려 하는 여성. 남자 같은 성격의 여자.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무시무시한 페미니스트일 것이다'는 새로운 편견이 생겼다.


서론이 좀 길었다. 그래서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흔하고 안정적이기에, 나처럼 '성별표현'(성별을 표현하는 것이 지정된 성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이 '지정성별'(출생 시에 성기의 감별로 부여받는 성별.)에서 벗어난 사람도 특별한 설명 없이도 사회에 섞여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무원 중에서도 '군인, 경찰, 소방, 운동계통 직렬'이라면, 짧은 머리의 여성도 흔할 것 같았다.


이러한 직군은 전형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직군이라 생각했었고, 나는 그중에서 방호직 공무원이 되었다. (방호직 공무원은 국가시설의 보안과 경비를 담당하는 직무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려했었고, 선택 가능한 직업 중에서 현실적으로 나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한 직업을 택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나의 성적 지향성과 관련된다. 나는 결혼 제도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성을 사랑하는 성소수자였다. 공무원은 연금 제도가 잘 보장되어 있어, 나의 노후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나는 '방호직 공무원'이 되었다. 레즈비언이더라도, 짧은 머리의 성별표현을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 길은 예상과 달리 편안하지 않았다. 지난 5년간의 시간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그곳에서도 나는 '과녁밖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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