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 사회에서는 1년에 2번 정기발령이 있다. 보통 1월과 7월이다. 신입 공무원들은 6개월간의 '시보임용기간'을 거치고, 정규공무원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시보임용기간이란 임명을 심사하는 임명 유예기간은 아니고, 신분은 공무원이지만 조직에 적응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시보기간이 해제가 되는 달에는 시보떡을 돌리는 관행이 있다. 떡 한 조각을 거의 전체 과에다 돌리는데 드는 비용은 60만 원~70만 원 사이라고 한다, 한해에 지방직 공무원의 발령인원은 매해 다르겠지만, 적어도 수십 명 이상일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한 명 한 명 떡을 돌린다는 게 그들 입장에서도 내키는 일은 아닐 텐데, 만약 떡을 돌리지 않을 경우 나중에 직원들에게 찍히니 꼭 돌려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초록은 동색'이란 말처럼, 구청에는 하나의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괴롭힘과 왕따가 시작된다. 나는 근무 중 시보떡을 받았을 때 서랍에 넣어두거나 따로 보관하고 대체로 먹지 않았다. 그러나 '피자'의 경우에는 예외였다. 한 직원이 떡 대신에 피자를 돌렸다며 안내데스크로 갖다 주었는데, 나는 피자를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끝끝내 먹으라고 강요했다. 옆에 있는 단식투쟁하는 시위자들 앞에서 먹어서, 너도 그들에게 고통을 주라는 식이었다. 당시 내 근무지는 구청장실 앞 안내 데스크였고, 한쪽에서는 30일 넘게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앞에서 피자를 가져다주며 먹으라는 지시는 나에게 큰 폭력처럼 느껴졌다.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어묵을 먹던 일베사건이 떠올랐다. '인간이 타자 앞에서 이렇게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직접 두 눈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안 먹어도 괜찮다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 한 투쟁자가 자신들은 괜찮다며 오히려 내게 피자를 먹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과에서 했던 회식에 불려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시위자들을 욕하는 말이 계속됐다. '정년연장'에 대한 말이었는데, 나의 또래쯤 되어 보이는 한 직원은, 본인은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와 공무원이 되었어도 정년이 60세인데, 그들이 65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시위자들을 마주쳤을 때 "그렇게 억울하면 공무원시험을 쳐서 이곳에 들어와 보라. 그래도 정년은 60세다"라고 소리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상사 역시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자녀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위자들의 정년임금까지 다 챙겨준다면 자신의 자녀는 예산이 없어서 공무원에 언제 붙겠냐며 비웃듯 말했다. 그날 회식 참여자는 30여 명이 넘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부정수당을 입력하고 '근무 중'에 술을 마시고 있었던 셈이다.
동참을 강요받았던 일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부정 수당의 총금액은, 초과근무 57시간(약 만원씩), 출장 13일(2만 원씩) 기준으로 월 83만 원가량이다. 구청 근무자 1,500명 중 90%가 참여하고 있어 걱정하지 말라는 바로 그 눈먼 돈이라는 수당. 그들의 말에 따라 계산해 보면, 한 구청에서만 연간 134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일하지 않고 지급되는 셈이었다. 그 부정수당에 비해, 정년연장을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동투쟁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쓰이는 세금은 고작 연간 20억 원에 불과했다.
다수가 소수와 공존하지 못하는 세상.
강자가 약자를 지키는 게 아니라, 지배하려는 세상.
과녁밖의 존재들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는 세상.
내가 경험했던 3개월간의 구청은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었다.
그중 나는 어디에도 갈 자리를 찾지 못했다.
다만 부정수당 수령에 동참하지 않고, 피자를 먹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저항 하나만으로도 나의 일터에서의 자리가 위협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