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환영식

by 백안


신입으로 들어온 나를 환영한다는 이유로, 입사 후 2주 정도 후에 한 직원이 퇴근 후 회식을 갖자고 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끼리 친하게 지내며 환영한다는 의미의 회식이니 부담없이 밥을 먹자고 했다. 참석자는 같은 팀의 동료도 있었고, 다른 팀의 직원들도 있었다. 나이대도 근무연차도 다양했다. 나처럼 발령받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도 있었지만 오래 근무해 온 직원도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환영회식이었지만, 곧 자리를 만든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초과근무/출장수당에 대한 부정수령에 동참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초과근무수당을 한 사람당 매월 최대 57시간씩 찍을 수 있는데, 일을 하지 않고 근처에 있다가 지문인식만 입력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출장수당도 신청할 시마다 2만 원씩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한 달 최대 13일까지 출장일 수로 달 수 있으니 계산에 따르면 초과근무수당 약 57만 원, 출장여비 약 26만 원. 총 약 83여만 원을 급여 외로 그냥 받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너무 뜬금없는 말로 들릴까 염려했던 탓인지, 그들은 구청의 직원 '90%'가 모두 이 수당에 대한 급여를 허위로 등록해서 받아가고 있으며,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바보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또 만에 하나 걸렸을 경우, 그것을 동참했던 사람을 같이 말할 경우엔, 공무원사회에서 매장당하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중 가장 연차가 오래된 직원은 진심을 보이며 말했다.


"그거라도 수당 보전을 못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 기본급이 2백만 원도 안 되는데~ 그거라도 꼭 찍어서 챙겨야 우리도 먹고살지"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단식투쟁을 하면서 '생존'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이미 월급과 연금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이런 범죄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본봉이 적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게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었다.

반신반의했던 그날의 회식자리를 지나 보내고 나니 다음날, 나보다 조금 일찍 입사한 또래 직원이 친한 척을 하면서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시스템에 허위수당을 입력하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구체적으로 경로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제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초과근무를 허위로 입력해 놓고 회식자리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사한 지 채 1개월이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외롭고 고독했다. 3년간 공부하며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의 결과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짓밟는 학습의 결과였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참담함이 올라왔다. 세상은 정말 과녁의 구조로 이루어진 것인가. 내가 공무원 시험기간 동안 한 한국사 강사로부터 시험에 합격하면 『목민심서』를 줄 테니 좋은 공직자가 되라고 들었던 말은 과연 뭐였을까..?

열심히 노력해서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데, 사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런 비리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라는 생각과, '나라도 절대 이 일에 동참하지 말아야겠다..'라고 결심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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