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를 살려낼 수 있을까? “
그 질문의 끝에는 결국, 어떻게든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자신감이 부재되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로 엠넷 '스트리트우먼파이터'의 한 댄서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와... 사람의 몸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멋지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움직임의 영상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움직임'이었기에, 포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래서 그 무한대의 시간. 0과 1초 사이에도 마치 무한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0초. 0.01.. 0.011. 0111초..' 영상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댄서의 모습은 또한 움직임이었기에, 감탄만 자아낼 뿐, 평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래. 바로 이거다!!!!!!!!!"라고.
비록 '나처럼 어떤 성별의 바운더리에도 속하지 않은 몸을 가진 사람이라도 저렇게 멋진 춤을 출 수 있다면, 몸이 어떻든 상관없이 멋있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영상을 남길 수 있다면, 나 스스로를 믿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름다운 존재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동경하던 댄서의 수업에 가기 전, 난생처음 도전하는 춤인지라 나는 많이 어색했다. 두 번 정도 다른 강사님들의 수업을 듣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내가 가장 먼저 한 고민은,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이었다. 옷장 속에는 운동복이나 정장 같은 옷밖에는 없어서 이런 옷을 입고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한 춤 수업에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홍대에서 가장 핫하다는 빈티지 샾을 방문했다. 한바탕 액세서리나 옷을 구경했지만, 영 자신이 없어서 내가 고른 것은 흰머리가 가득한 자신 없는 머리카락을 가릴 비니. 그리고, 큰 영어가 써진 털 아노락 잠바와, 성별구분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 었다. 그것들을 대충 몸에 입어보니 이만하면, 꽤나 스트릿 룩처럼 보이겠구나 싶어. 그것들을 장착하고 학원에 갔다.
내가 처음으로 배우게 된 춤은 '왁킹'이라는 초보자도 들을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 수업이었다. 시원한 눈매와 고양이처럼 귀여운 인상을 가진 강사님이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tv에서 봤던 멋진 분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박수와 환호가 절로 나왔다.
'정말 열심히 해야지!' 목걸이를 꽉 붙들며 마음을 다잡았다. 비니가 잘 고정되었는지 확인하고, 러닝화 끈을 꽉 조였다. 그런데, 춤수업이 시작된 지 정확히 10분 만에 나는 잘못된 의상을 입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4년 2월 8일은, 내가 첫 춤을 배웠던 날이다. 밖은 아직 겨울과도 같은 날씨 었지만, 안에서의 열기가 엄청났다. 춤은 한 번도 내가 움직여 본 방식이 아닌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뭐랄까. 쓰는 근육과 감각이 처음 느껴보는 방식이었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땀이 비 오듯 했다. 결국 영어가 쓰여있고 유일하게 스트릿 했던 털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20분이 되어가니 힘이 들어서 주렁주렁한 목걸이를 벗고 주머니에 넣었다. 40분이 되어가니 도저히 안 되겠어서, 비니까지 벗었다. 나는 원래의 운동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러닝화는 춤을 추기에는 너무 통통 튀어서 불편했다. 신발조차도 벗고 싶었다. 이럴 거면 왜 옷을 샀을까. 날것의 나인데. 하하
그러나 처음 배운 춤 수업은 엄청나게 즐거웠다.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과, 첫 춤 수업은 어려웠지만, 진짜 너무 재밌었다! 강사님이 너무 멋지고 유쾌하신 분이었고, 동작은 10개 중에 겨우 6~7개 정도만 따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재미있게 몸을 움직여 본 경험'을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몸. 그러니까 몸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머리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로서의 기능, 고통이 느껴지는 형체. 규정된 사회적 관념 안에서 언제나 평가가 될까 봐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와야 했던 고통의 근원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몸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재미있었던 경험은 목적적이고,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춤을 배우러 간 이유도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갔던 것이었다.
'이 동작이 맞나? 틀리나? 내가 지금 선생님처럼 예쁘게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끊임없는 자아와의 싸움을 계속하며 시종일관 고장 난 표정이었던 나에게
수업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선생님의 뼈 있는 한마디를 해 주었다.
"맞아요!!! 의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