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괜찮아 – 자신감

by 백안


대형학원에서 다양한 몸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참고하면, 나에게 어울리는 춤선을 가진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롤모델을 참고하려 일부러 수강생들이 많이 오는 유명하고 큰 학원만 골라서 다녔다.

그러나 춤은 남을 따라 해서 추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춤이 가진 힘과, 외모가 가지는 힘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즉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는 것이 외모인 것이고. 춤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 최고로 발산되었을 때 가장 빛난다는 사실이다. 데칼코마니처럼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춤을 출 수는 없다. 사람마다 신체 구조가 다 다르기도 하고, 누구나 장점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빛나기 때문이다.


걸리쉬 춤 수업에서 가장 춤을 빛나게 추었던 한 댄서를 기억한다. 그는 큰 키에 짧은 머리. 그리고 건강한 체격을 가진 남성이었다. 걸그룹의 전형적인 외모와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여성성과는 정 반대의 외모였다. 그는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특징들을 외모에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늘고 긴 춤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파워풀한 힘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빛나보였다.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외모도, 옷도 아닌, 자신감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남들이 다 보고 있어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던 그런 당당함. 거울조차도 기로 부숴버릴 만큼 파워풀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과 아우라가 있었는데, 그는 춤을 추는 그 순간에 미쳐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음악과 가사에 도취된 사람 그 자체로. 정말 너무 멋졌다.


나는 그에게서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바로 저런 자신감이 아니었을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나와 외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그와의 차이는 도대체 뭘까 고민해 봤는데, 무엇보다도 '자기가 멋지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마치 공기 중 떠다니고 있는 족쇄처럼 나의 움직임과 행동 표정 기분들을 제한하게 되는데, 그걸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를 믿는 힘'이었다. 그러니까 춤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내재되어 있는 내 안의 나를 사랑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것은 춤의 동작을 단순히 배우면서 올라가는 일이 아니었다.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일이었다.


각자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방법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물론 춤 실력 향상을 통해 자신감이 늘어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우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했다.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나의 몸을 스스로 만질 수 있게 되는 것,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는 것에 대해 정답까지 도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봤다. 보이는 외모도 가꾸어보고, 다이어트도 해봤다. 고유한 개성을 빛나게 하기 위한 노력들도 해보고, 나에게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해 주었다. 변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느껴지면서, 나는 변한 모습보다 노력한 나의 모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노력보다 더 큰 아름다움은 없다. 외모가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하는 것도 결국 평가와 판단이 올라오는 감정이 생겨서다. 나는 그것을 노력으로 극복했다. 아낌없이 넘치는 사랑을 내게 퍼주는 방식으로.


춤을 처음 배우러 간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춤 영상들을 거의 다 셀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나의 베스트영상은 춤을 배우러 간지 4번째에 불과한 춤이었다. 강사님을 보고 찾아간 게 아니라, 그냥 힙합 노래가 좋아서 찾아간 수업에서, 나는 동작은 완전 다 틀렸고 제멋대로였지만, 그날만큼은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있었다. 그날은 몸이 많이 아픈 날이었다. 추운 겨울에 목이 너무 아파서 퉁퉁 얼굴이 붓고, 열도 났던 날이었다. 고통을 견디려 목에 수건을 두르고 1시간 30분이나 되는 거리를 찾아갔다. 그때의 나는 '이것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그 단단함으로, 그날만큼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도 위축이 되지 않았다. 틀려도 당당하게 틀렸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동작만 따라 했을 뿐인데도, 나의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 고통 속에서도 '내가 정말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믿음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멈추게 만든다. 그저 그 순간,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내면의 열정이 가장 멋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가장 큰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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