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 유기체인가? 생물학적으로는 세포와 조직, 다양한 기관들과 이 모든 것들을 쉼 없이 동작하도록 해주는 피와 들숨과 날숨으로 이뤄진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인간의 몸도 기계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전원 버튼을 켜듯 인간의 몸도 ‘정자와 난자의 만남’이라는 전원 버튼이 켜지는 순간부터 기계적인 업무가 내 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기계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다. 가지각색의 외모를 가지고. 단순히 외모만 달랐더라면 외모 지상주의 라든가, 비교 의식, 경쟁 등이 생겨나지 않았을 텐데, 인간에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전원 버튼이 켜지는 순간에 기계가 갖지 못한 ‘마음’이라는 것이 동시에 생겨난다. 마음은 기계적인 업무와 같이 규칙적인 수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언어로도 우리의 마음은 해석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대우주와 같은 무엇이다.
마음 안에는 굳이 언어적인 표현을 갖다 붙이자면 – 글로써 마음을 표현하는 것의 한계다 - 경험 기억과 켜켜이 쌓인 감정과 발현 중인 감정이 있다. 내 마음 안에는 농도가 다른 기억과 감정이 존재한다. 짙은 기억은 짙은 만큼 때로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엄청난 환희, 분노, 절망, 슬픔의 감정들을 폭포수처럼 내뿜기도 하고, 옅은 기억은 짙은 기억의 횡포에 저 뒤로 물러나서 케케묵은 먼지들 속에 처박혀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그동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고 풀리지 않았던 기억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묘한 만족감을 준다. 짙은 기억은 짙은 감정으로 변환되고, 옅은 감정은 옅은 감정으로 변환되는 편이다. 우리는 주로 짙은 기억에 의해서 변환된 짙은 감정을 생의 중축으로 살아간다. 나에게 짙은 기억은 서문에서도 언급했었던 유년시절의 할머니의 말, 언니의 말, 이웃들의 말들 이였다. 그들로부터 생겨났던 짙은 감정은 죄책감, 존재에 대한 부정, 진정성, 독립성,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시간은 착각이며, 모든 권력은 현재에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순간, 이 순간만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이 순간을 전적으로 살아갈 때, 과거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됩니다. 현재의 순간을 인식하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내면의 평화로 이끄는 길입니다."
_에그하르트 톨레 <파워 오브 나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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