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루,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다가온 부활절

by 빵 프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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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언제부터였을까.
절기라는 말이 주는 울림보다
“오늘도 무사히”

라는 안도에 더 마음이 가는 건.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 챙기고, 준비물 확인하고, 시간 맞춰 움직이고.
그렇게 겨우 도착한 예배당에서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별일 없기를,
평소처럼 흘러가기를 바랐던 날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따뜻함은,
늘 보던 얼굴과의 짧은 시선 마주침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이 공간에서 자주 마주쳤기에
서로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었다.
매번 반갑게 인사하고,
아이들 뛰노는 걸 함께 지켜보기도 했던 사이.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예배 후, 아이들이 먼저 손을 잡고 뛰어나갔다.
자연스레 우리도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어쩌면 오래전부터 필요했던 시간이
그날 우리를 공원으로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벚꽃은 없지만,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서로의 존재가
낯설도록 따뜻했다.

우린 말없이 나란히 앉아,
처음엔 학교 이야기로 시작했다.
어떤 반, 어떤 선생님,
아이의 성향, 친구 관계.
그런 일상적인 말들 사이로
살며시 내 진짜 마음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힘들었다는 말은
어떻게 꺼내야 할지 늘 어려웠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쉽게 흘러나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가정,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엔
공통된 언어가 있었다.

‘나도 그래요.’
그 짧은 문장이
세상 어떤 위로보다 묵직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다가올 때까지
우린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속 무게가 조금은 덜어진 느낌.
그러면서도,
이런 시간이 또 언제 가능할까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햇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오늘 진짜 재밌었어!”를 반복했고,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나도 그랬어.”

어쩌면
부활절은 그런 날이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살아나는 마음.
잠시 멈췄던 감정의 숨결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날.

햇살보다 따뜻했던, 그날의 말 한마디가
오늘도 나를 다시 살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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