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 가능한 순간들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살았다

by 빵 프록터
워킹맘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고 집 안은 고요하다.

세탁기는 아직 돌아가고 있고,

내일 챙겨야 할 서류가

식탁 한켠에 놓여 있다.
눈은 감기는데 마음은 아직

하루를 놓아주지 않는다.


아침 6시.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사실 눈을 ‘뜬’ 게 아니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에 가깝다.
어젯밤에도 둘째가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몇 번이나 깼고,
큰아이 숙제는 끝내지도 못한 채

잠든 걸 아침에야 확인했다.

그 순간부터 나의 ‘하루’는

이미 늦어진 셈이다.

분주한 아침 속에서, 나는 늘 몇 번이고

‘엄마’에서 ‘직장인’으로 전환한다.

아이들 유니폼을 다려 입히고, 급하게 도시락을

싸며 토스트 한 조각을 삼키다 말고,
차 키를 들고 나설 땐 다시 '나'를 찾는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오늘 아침, 둘째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나 커서 뭐 해도 돼?”
별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많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엄마보다 더 멋진 사람 되면 좋겠어."
하지만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아이를 껴안고 속으로 말했다.
“너는 뭐든 될 수 있어. 왜냐하면 넌 나보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을 가질 자격이 있어.”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더 많은 것을 이뤘을까?
워킹맘이 아니었다면 나는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생각들은 종종 나를 휘감지만
결국 내가 지금의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역시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매일같이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것,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그건 오직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건,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하나를 챙기면 다른 하나는 소홀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불안정함 속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아이들과 웃다가도 눈물이 나고,
고단한 하루 끝에 누운 침대에서는 늘 오늘을 복기한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오늘은 화를 덜 냈는지,
아이 눈을 몇 번이나 바라봤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잘했어, 오늘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무너지지 말고, 다시 나답게.”

그 말을 기록하고 싶어서
나는 종이 한 장에 짧은 문장을 적어 지갑에 넣어두었다.
잘했다는 말, 괜찮다는 말, 오늘도 나는 내 편이라는 말.

지금도 그 쪽지는 내 가방 속에 있다.
누가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내가 다시 무너지지 않게, 매일 나에게 말을 건넨다.

워킹맘이라 가능한 순간들이 있다.
자기 전에 아이가 건네는 "엄마 오늘 고마워."
회의 중 잠시 비친 아이 사진 속 웃음.
그리고 하루를 끝내고 나를 안아주는 이 마음.

나는 오늘도, 충분히 잘 살아냈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비록 조금 느리고 흔들릴지라도
나는 오늘을 살았고,
아이들의 엄마로,
나라는 이름으로,
내 몫의 하루를 잘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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