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두 번째 기록
2019년 8월 5일 월요일
여기는 헬싱키. 2박 3일째 여행 중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날까지도 기대가 없었던 것에 비해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헬싱키는 생각보다 멋진 곳이다. 세 시간 전까지만 해도 무엇이 멋진지 신나게 떠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조금 서글퍼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환율이 높아 매달 말 한국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금액이 적어지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고작해야 몇십 원 올랐을 때의 얘기다.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을 왔다 갔다 하던 환율은 하루 만에 1358원으로 올라버렸다. 당장 10월 말 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에 새 비자를 받으려면 천만 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환전해야 하고, 그 금액마저도 당장 9월부터 월 853유로로 오른다.
숙소로 오는 길에 대충 계산을 해보니 환율이 오르면서 공중분해되는 돈, 차액이 약 200만 원 정도였다. 환율이 1500원일 때와 1300원일 때를 비교하면 아직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불안한 것이다. 환전을 미리 해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흔히 롤러코스터에 비교하는데 아직 25년 삶을 롤러코스터에 비교할 만큼 굴곡진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짧은 내 유학 인생은 단연 롤러코스터이다. 그것도 눈을 가리고 타는 롤러코스터. 당장 눈앞에 펼쳐진 레일이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 인지도 모른 채 안전바 하나에 의지해 세상에 몸을 내던지는 것. 내 유학생활의 안전바는 무엇일까. 어학? 성실? 정신력? 무엇을 믿고 이 한 몸 던져야 할 것인가?
200만 원은 내 인생 전체에서만큼은 큰 금액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 유학길을 송두리째 막아버리거나 뒤흔들 무시무시한 금액은 아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위기를 기회로, 전화위복이라 하지 않았는가? 당장 200만 원의 돈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게으름과 불성실, 목적 상실일 것이다. 외부의 바람에 잎과 가지는 흔들릴지언정 내 안의 뿌리는 굳건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해야 하는 일은 어학공부가 주가 된 정돈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알바이다. 당장 이틀 뒤에 면접이 있는데, 기본적인 독일어 회화와 매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내가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한 달 450유로 정도의 일을 한다면 과외까지 포함해서 월 530유로의 수입이 생긴다. 월세 350, 교통권 60, 통신비 13, 고정지출이 총 423유로이므로 차액은 약 100유로. 최대한 아낀다면 식비도 100유로로 충분할 수 있다. 어학원 비만 더 내면 된다.
적당한 불안을 원동력으로, 제2의 출발을 하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내 역사가 어떠했는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을 때, 더 이상 걸을 힘도, 서있을 힘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나는 희망을 품고 꿋꿋이 다시 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안전이 보장된 롤러코스터는 유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