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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un 24. 2023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다

저 몰디브에서 일해요





이 글은 처음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 업로드 예정이다.

2023.05.29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비장하다.

시작은 부업이라는 걸 잊지 말고 보다 가볍게.

23.06.25











전문직의 매력은 뭘까?



한의사가 되기 위한 전문학과 6년,

한의사 면허증을 보건복지부로부터 발급받고 11년.

도합 17년째  한의사라는 한 직업에 매진하며 살고 있다.



여러 장점이 있겠으나 내가 느낀 한의사(혹은 전문직)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것이다.






시간적 자유






한의사 등 메디컬이나 사람을 응대하는 서비스 직종은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쉴 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를 예로 든다면 명절, 공휴일. 일상 속 야간진료나 주말 진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는 평일 오전이나 오후에 쉰다.



인터넷에서 직장인들이 평일 오전 한가롭게 노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신세 한탄글을 가끔 보고는 한다.

그런데 아마 별 것 없을 것이다.

병원의 꽉 짜인 근무시간을 지키기도 했고, 로컬 한의원에서 유동적으로도 근무해 보아서 안다.

물론 정말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 당신의 근무 시간에 쉬고, 당신의 휴일에 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당신들 거의가 휴가를 떠날 때 일하고, 비수기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자리를 잡을 것이다.



내가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시간적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시간적 자유를 실현하다


시간적 자유를 너무 좁게 말했다. 사실 더 넓은 의미가 있다.



요즘은 기본급도 기본급인데 인센티브가 엄청난 기업이 많다.

자영업이나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고소득을 올리는 방법이 다양하기도 하고.



나의 시간적 자유란 언제든 멈춰 설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정작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잘 멈추지는 못하고 오히려 일을 늘리기만 하는 편이지만.

다른 곳을 둘러보다 다시 돌아왔을 때,

조류에 밀려 떠내려가지 않고 멈췄던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유.

한의사의 주된 치료도구가 바뀐 적은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한의사가 침과 한약을 내려놓지는 않을 테니까.

이건 다른 직종에서 쉽게 얻기 힘든 것이다.

전문직에게 그래서 엄밀한 의미의 경력 단절은 없다.

경력의 일시중지 혹은 자기 의지로 경력을 마감하는 경우만 있을 뿐.



물론 여자 한의사들도 결혼이나 육아, 개원 시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 고민이 다른 직종만큼 강한 압박으로 다가오지는 않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장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제적 안정이 먼저였다면 병원 수련을 하는 대신 한의원 개원 세미나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결혼이다.

여자에게 결혼식은 그 이후 삶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다시 세울 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간적 자유를 꿈꾸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이쯤이면 그래서 제목이 뭐라고? 가물가물해진다.

그래, 노마드를 꿈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의사이거나 한의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적잖이 의아하겠다.

왜?

업에 대한 감각만 유지하고 싶다면 1주일에 두세 번만 출근해도 되는 자리가 많은데.

시간적 자유가 필요하면 개원해서 내 자리에 대신 서 줄 페이닥터를 고용해도 된다.

모두 여의치 않으면 그저 몇 년 육아에 전념해도 되고.


배타적 면허가 있으면서 왜 갑자기?




이유는 단순하다.

몸 쓰는 일에 체력적으로 약간(약간?) 지쳤고,

무엇보다 공간적 자유를 갖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돈을 벌면서.










여러 곳에서 페이닥터로 근무했다.

페이닥터로서 어느 정도 한의원이 익숙해졌고, 대표원장님이 나를 신뢰하신다 생각하는 지표가 있다.

대표원장님들이 개인 업무를 보러 나간다는 것이다.

대표원장이란 정말 바쁜 자리이다. 진료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세무와 노무, 경영.

그리고 결혼한 경우 육아까지.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 어린이집에 갈 수 없을 때,

시터 이모님 사정으로 오늘은 오후에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을 때.

언젠가의 나는 대기실에 앉은 그 아이와 놀아 주기도 했고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신 후 빠른 걸음으로 한의원을 나서는 원장님의 뒷모습을 보기도 했다.



진짜 어른의 세계라고만 생각하던 일이 어느덧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공간적 자유가 필요하다고.

길게 쉬어 보니 내 삶이 분절 없이 뒤엉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냥 쉬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 한의원에서 페이닥터에게 환자를 맡기기보다 그냥 집을 훌쩍 나서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

대표원장님 눈치를 보며 조퇴 신청을 하거나 하원 도우미를 구인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나를 키우다 나이 든 엄마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요지는 공간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것.

언제나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시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인 삶을 살다 보니

정반대로 장소와 시간 모두가 중요하지 않은 직업은 어떨까 궁금함도, 선망도 있었다.

집에서 일한다면 가능해진다.

근무지에 지원할 때 남편과 휴일을 맞춰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라는 휴양지에서 수상 액티비티만 즐기지 않고 일도 함께하면 어떨까? 아주 ‘힙’하게.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싶다.

공간적 자유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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