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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Oct 04. 2024

새로운 기고 청탁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약간은 자랑스레 털어놓았을 때

아마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엄마는 말했다

스스로를 너무 낱낱이 내보이는 글은 쓰지 말라고



답답해졌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아서

사랑은 때로는 책임감, 혹은 염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기를 지키려면 적절히 감추는 것이 성인으로서의 세련된 자세임은 나도 안다

하지만 이 답답함은 꼭 재채기나 기침같이 어느 순간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럴 때는 글이 술술 쓰인다



모두에게는 수행해야 할 일종의 사회적 역할이 있다

이왕이면 잘 해내고 싶지만

문득 역할 수행이 버거워지면 투정처럼 생각한다

인간의 외형은 타인의 작용에 의한 반작용으로서만 빚어지는 것인가?

인간의 내면은 이리저리 다듬어져 생긴 그릇 따라 아무렇게나 부어진 물 같은 것인가?



어쨌든

글을 쓰면 외형과 다른 내면의 모양을 느낀다

그 유격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몇 없는 때이고

그 이질감은 자유를 준다

그저 모난 돌이나 안 맞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유일한 무언가가 된 것 같아서



생명체는 모두 별과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다지만

별의 형제임을 자각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기장

하지만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만으로도 특별해지는 일기장을 정말 누군가 봤고

그 잡문이 모종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얼마나 큰 자유를 주었는지 모른다





예술가는 내면의 뾰죽함이 외면을 밀어낸 이들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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