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는 모두 각자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메디네 집에서 잠들고, 햇살을 맞으며 일어난 내게 보인 풍경은 너무나 좋았다. 8층에 살고 있고, 내가 자는 거실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밖을 내다보기에 딱이었다. 일어나면서 느낀 건, 그 어떤 호텔보다 메디네 집에서 맞는 아침이 좋다는 거였다.
어제 못탄 보드를 오늘은 타자고 메디와 이야기를 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에 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골목길들이 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다지 높지 않은 건물들, 비비드한 색감을 보여주는 건물들이 모여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드 타기 전 낭트 성을 구경하러 갔고, 성을 한 바퀴 쭉 걸어다니며 가볍게 산책을 했다.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성은 볼 때마다 감탄하게 했다. 이 성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겠지?
이 날은 이스터 데이라 다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 낭트의 롱보더들을 만날 수 없었다. 게다가, 시내는 한적했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비가 온다고 하니, 이때 크루징하는 영상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메디에게 영상 찍어줄 수 있냐고 물으니 why not ? 왜 안되겠어? 라 한다.
바람이 부니, 순풍 방향으로 쭉쭉 시내를 돌아다니며 보드를 신나게 탔다. 특별하게 고난이도 기술을 할 필요가 없었다. ( 사실은, 어려운 기술은 할 줄 모른다. ) 그저, 자연스럽게 바람을 따라, 아름다운 낭트 거리를 보드로 질주하며 스텝을 밟으면 되었다.
스트릿을 가벼운 댄싱으로 누비며 다니는 기쁨. 아! 한국에서도 크루징을 좋아하던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니었다는 걸을. 그저 단순히 보드를 타며 순간을 즐기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내게 한 도시를 여행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은 보드로 크루징하는 것이었다. 트램이나, 지하철, 버스 등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도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법, 도시와 함께 호흡하는 여행, 이 방법이 내게 딱 맞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빨리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찍은 영상을 편집하며 놀았다. 쓸만한 클립을 자르고, 붙였더니 5분 가량이 나왔고, 이걸 2분으로 줄이는 데 우리는 선택을 해야했다. 메디 여자친구, 룸메이트를 불러 불필요한 곳을 지적받으며 다같이 영상을 만들었다. 함께 하니 즐거움이 몇 배가 되었다.
이렇게 잊지못할 낭트를 기록한 영상이 남겨졌다.
# 낭트 도시 크루징 영상은
# 여행단상
우리는 많은 현대문물로 축복받은 시대에 살고 있다. 반면에, 허영과 사치를 유도하는 미디어가 범람하는 이 때, 내가, 우리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일까? 조금은 심플하게 삶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내 남은 생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