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무엇을 먹는가
프랑스 낭트에서 여러 번의 환승을 거쳐, 힘겹게 헤이그 중앙역에 도착했다. 8시간 넘게 걸렸고, 와이파이가 안 되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걱정했던 와이파이는 헤이그에 도착해서 연결이 되었다. 와이파이 연결되자마자 헤이그의 사는 친구인 알토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역에 도착했다는 말을 한 후 바로 와이파이가 끊겼다.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알토를 만날 수 있었다. 알토는 네덜란드 헤이그 출신이고, 내가 스폰 받는 독일 바슬 보드 브랜드의 같은 팀 라이더이다. 게다가 한국을 좋아해서 작년엔 한국 여행까지 했었다. 다음엔 내가 네덜란드 알토 동네로 가겠다고 말했었는데 정말 내가 알토네 동네로 왔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이번 여행에 실제로 아는 친구를 만나는 건 처음이어서였을까? 알토를 만나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방방 뛰었다.
헤이그에서 지낸 시간 내내 두 가지 이유에서 난 한국을 느꼈다.
첫 번째는 바로 한국인들과 함께 지내서였다. 종빈 그리고 명진.
내가 도착한 저녁 알토 집에 도착해서 본 사람은 자고 있는 종빈이었다. 잠든 종빈이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유럽에서 다른 일정으로 여행하는 한국인과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니! 그것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고의 보더인 종빈이와 함께 네덜란드를 여행한다? 정말 최고다.
또 한 명의 한국인은 명진. 맹지다. 한국 반포에서 같이 보드를 많이 타던 동생이다. 10살이나 어린 동생. 고등학생 때 봤는데 이제 어느덧 20살 그리고 유럽여행을 길게 가다니 신기하다. 내가 그 나이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한국인 세 명이서 헤이그에서 뭉치다니! 한국에 있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행 와서 이렇게 한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두 번째로 헤이그에서 한국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알토의 요리.
첫날 알토 집으로 가서 짐을 정리하는데 알토가 음식을 가져왔다. 그건 바로 김치찌개. 네덜란드에 김치를 담그는 외국인이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도 친분 있는 친구가? 정말 대단했다. 사진뿐 아니라, 실제로도 너무 맛있었다. 종빈이는 종빈이 어머니보다 김치 잘 담근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짜장면, 김치볶음밥, 고기, 미역국 등 한식 엄청났다.
음식을 잘하는 알토는 작년 한국 여행 이후 한국음식만을 요리해왔다고 한다. 알토의 음식을 먹은 우리는 알토는 한식 식당 차리면 대박 날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한식을 네덜란드에서 먹다니. 그것도 네덜란드 친구가 해주는 음식. 축복이다.
이곳이 네덜란드 헤이그인가? 아니면 한국인가?
어쩌면 나라를 결정하는 건 땅이 아니라, 함께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가? 어떤 음식을 먹는가? 이런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란 걸 또 느낀다.
나에게 헤이그는 또 하나의 한국이 되었다.
# 내게 행복한 시간을 준 알토와 네덜란드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