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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Apr 12. 2016

#8 친한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건

 주변에 혹시 외국인 친구가 있나? 내겐 외국인 친구가 꽤 있다.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여행이지만,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들이 생긴 기분이다. 이제 한국이라는 한 나라에 사는 게 아니라, 지구에 산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낀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는 가까워졌지만,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건 여전히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유대감이 깊이 형성된 친밀한 관계의 친구라면? 더더욱 놀라운 게 아닐까? 정말 특별한 것이다. 어쩌면 특별하단 말이 부족할 수도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보았기 때문이다. 친밀한 외국인 친구 사이를. 종빈이와 알토. 2주간의 네덜란드 여행 중 절반을 난 종빈이, 알토와 함께 보냈다. 이 둘을 지켜보며 친밀한 외국인 친구 관계가 얼마나 멋있는지 느꼈다. 알토와 헤어지는 마지막 날, 영어가 약한 종빈이가 내게 알토에게 말을 전해달라 했다.


 페이스북, 온라인에서 한 번 만나본 적도 없이 영상으로 스케잇 게임으로 인연을 맺어, 서로의 집에 놀러 다니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게 신기하면서도 좋다는 말이었다.



 알토는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 자기도 똑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말은 옆에서 전달했지만 사실 이 둘은 말이 필요 없었다. 그냥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걸로 보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말은 이 둘을 보면 거짓말이 된다. 영어를 잘 하면 물론 말은 통할 수 있으나, 마음이 통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니 말이다.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눈빛, 몸짓, 분위기 만으로도 둘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알토네 집에서 한 명만 잘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래서 난 무조건 종빈이가 알토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이 서로를 가장 편하게 여기기에 말이다. 둘이 함께 내는 분위기는 멋졌다. 마음이 통하는 우정은 참 놀랍다. 놀라운 걸 넘어 묘한 아름다움을 풍겨낸다.


 이런 둘을 보며, 나도 이런 관계의 외국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통하는 지구 건너편의 친구. 이런 친구 사이는 잠깐 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형성되는 관계는 아닌 것 같다. 또한, 억지로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 듯 싶다. 그렇다고,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터이다.



 당연히 이번 길고 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나는 이동할 때마다 연락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반 년 넘는 여행 동안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내 친구들은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겠지? 과연,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까?


 종빈이와 알토 같은 관계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는 나대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에 놀러 올 수 있게끔 무언가를 해야겠다. 세상은 정말 축복으로 가득 차 있나 보다. 더 행복하게 살게끔 자극을 계속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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