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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라이프치히 제2의 홈

가정이란 어떤 것?

by 권도영

네덜란드 굴리드와 지낼 때, Shreddrei 의 4주년 파티가 내가 독일을 여행하는 중간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았던 옛 사진이 떠올랐다. 내가 스폰 받는 바슬 보드의 생일이나 다름없는 날. 그리고 매 주년 파티를 사진으로만 봤는데, 이번엔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했다. 바슬보드는 내게 또 하나의 가족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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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이틀 전 밤늦게 도착한 라이프치히, 푸근한 세바스찬이 마중 나왔다. 아빠가 되어서 그런가? 더 푸근해진 세바스찬, 웃음이 얼굴에 박혀있다. 다음날, 슈레더레이 구경하고 보드 간단히 타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베로를 만나 함께 놀면서 라이프치히의 넉넉한 하루를 보냈다.



파티 당일, 잠에서 깨어난 난 오른 무릎 쪽에 이상을 느꼈다. 뭐지? 통증이 살짝 왔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파티에 갔다. 베를린, 독일 다른 지역, 오스트리아 등등에서 사람들이 찾아왔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다. 그러나, 통증은 커져갔다. 스케잇 게임을 하는데 난 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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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가 자기로 했다. 양코가 빌려준 약을 바르고 다음날은 나아지기를 소망했다. 내일은 같이 보드 타며 놀자고. 그러나, 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통증은 커지고 커져, 다리를 1도 움직일 수 없었고, 무릎 쪽으로 신경만 써도 미치도록 아팠다. 약이 잘못된 걸까? 통증에 힘겨워하던 난 진통제를 찾기로 했다. 그리고, 가방에 있는 진통제를 꺼내려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새벽 6시가 넘어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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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일을 예정했던 라이프치히에서 7일을 보내며 요양한 후에야 베를린으로 떠날 수 있었다. 새벽에 아플 땐, 병원을 가거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회복할 수 있었다. 휴식을 취하며 느낀 건 난 참 운이 좋다는 거였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난 내가 얼마나 축복받고, 운이 좋은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아플 때, 내가 있는 장소가 라이프치히라니, 다른 도시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바슬이니, 난 쉴 수 있었던 거다. 바슬은 내게 아프지 말라고, 나을 때까지 푹 쉬라고만했다. 그동안의 여행의 피로도 있을 테니 쉴 타이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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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를 너무나도 자주 잊곤 한다. 그래서, 사람은 때론 아프다.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것을 떠올릴 시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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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쉬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옆에 세바스챤, 레기나(여자친구), 베로(바슬, 세바스챤의 아들, 갓 돌이 지났다) 셋이 웃으며 지내는 것을 보니 자연스레 가족, 가정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 커플은 베로가 세상에 나오면서 더 큰 행복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저러지 않았을까? 내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아직 걷지도 못할 때, 나를 보며 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난 아프지만, 저런 눈빛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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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긴 여행, 잘 해내자. 내 몸은 단순히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가족을 힘껏 껴안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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