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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Apr 27. 2016

#13 Montur tour! Don't do it

누가 만드는 걸까?

 오스나브뤼크엔 몬투어 보드 샵이 있다. 날 오스나브뤼크로 불러준 조엘은 몬투어에서 스폰을 받고 있다. 또, 여기 와서 처음 만난 아짐 역시 몬투어에서 스폰을 받는다. 오스나브뤼크엔 여러 보드 샵이 있지만, 다른 샵들과는 남다른 점이 있어 몬투어를 선택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선 호기심이 일었다. 물론 그 호기심은 나를 몬투어로 이끌었다.



 오스나브뤼크 시내에 위치한 몬투어 보드 샵의 첫인상은 깔끔했다. 깨끗하고, 쉴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함께 간 아짐에게 몬투어 Montur 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다. 영어로 한 단어로 표현되지는 않고, 독일 문화가 담긴 말이라 설명이 어렵다며 차근히 풀어주었다.

 

 간단히 말하면 아웃핏 outfit이지만 단지 아웃핏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아웃핏! 을 뜻한다. 군인의 아웃핏을 가지면 딱딱하고, 절제된 느낌을 갖듯이, 어떤 아웃핏을 가지는지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그만큼 아웃핏은 중요하고, 스케이터들의 아웃핏과 스피릿을 잘 드러내고 싶어 했다.


아짐, 퀸 보드 라이더, 몬투어 라이더. 그리고 행복한 예술가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하면서 차분히 샵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스케이트 덱. 거기엔 DON'T DO IT.이라고 적혀있었다. 뭘 하지 말라는 거지? 무슨 뜻일까? 궁금했던 나머지, 함께 갔던 아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지금까지는 생각지 못한 그러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NIKE 의 JUST DO IT 에 맞서는 DON'T DO IT. 문구


 몬투어는 스케이트 보드 샵이다. 어떤 샵이 되어야 할까? 스케이터들을 위한 샵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샵 이름이 몬투어인데, 우리가 파는 스케이트 브랜드와 의류 브랜드, 신발 브랜드는 스케이터를 잘 드러내는가? 그렇게 신발을 보았는데 나이키였다는 거다. 그런데 나이키가 스케이터를 위한 브랜드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그저 큰 자본을 가진 회사이고, 스케잇을 하는 사람이 만든 회사가 아니면서 돈으로 잘 타는 스케이터를 광고로 쓰는 게 아닌가? JUST DO IT? 아니다. DON'T DO IT.이다. 스케이터들이 만드는 신발을 샵에 들여놓겠다, 는 생각으로 FILAMENT, LAKAI 등을 들여놓았다. 그게 진정 스케이터를 위한 거라는 생각으로.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는 나이키를 신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난 사실 이쁘고, 오래가는 신발을 신을 뿐이었다. 물론 질이 안 좋고, 이쁘지도 않은 신발을 신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내가 입고, 쓰는 물건들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니. 그리고 몬투어대로 행동할 것이고, 자신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그 물건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것인가? 내가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몬투어는 한 번쯤은 생각해볼거리를 내게 던져줬다. 나는 어떤 몬투어를 갖추면 좋을까? 어떤 몬투어를 갖춰야 나다운 것을 보일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 난 아직 아는 게 너무도 없다. 여행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기를.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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