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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Sep 30. 2016

#21 오스트리아, 빈. 나이란?

난 고작 30대가 되었을 뿐이었네

 네덜란드 아인트호번에서 대회가 끝난 후 뒷풀이 술자리를 가졌다. 이번 대회 이야기는 물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 그러다가 내 여행이 화제가 되었다. 다들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심플 팀라이더 비에나, 듀드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라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와! 왜 내가 있는 곳엔 안와?'

 '어? 갈 수 있으면 갈게!'

 '무조건 와! 독일 다음으로 오면 되겠네!'


 미안하지만 내가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있고, 독일 다음으론 이탈리아를 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난 아쉽지만 속으로 오스트리아는 못갈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내 여행 중간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릴 때 듀드의 댓글이 여러 번 달렸다. 독일 빌레펠트에 있을 땐 마리를 통해 듀드와 통화까지 하게되었다. 언제 올거냐는 말, 아! 오스트리아 안가면 엄청 서운해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이탈리아를 포기하고, 오스트리아행을 결정했다. 이번 여행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렇게 도착한 오스트리아 빈. 듀드는 기차역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드 타고 싶어하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보게됐다. 어디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기차타고 오느라 힘들었어? 보드 탈 수 없나?'

 '좀 지치긴하는데, 보드 타고싶네! 타자!'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오케! 너가 가면 엄청 좋아할 스팟이 있어! 그 공원은 꼭 가야지! 짐 이리줘! 내가 들어줄게!'



결국, 집에 들르지도 않고, 가까운 사무실에 내 짐을 놓고선 보드 타러 나갔다. 스팟에 도착해 조금 보드를 타고 있으니 레이니가 나타났다. 레이니는 소마 팀라이더이고 예전 바슬 라이더였다. 밝고 명랑한 듀드와는 다르게 레이니는 약간 진중한 멋이 있었다. 그렇게 셋이서 오스트리아 첫날 재밌게 보드를 탔다.



 함께 보드를 탄 레이니와 듀드의 나이를 처음 알았을 때 난 놀랐다. 레이니는 나와 띠동갑에 해당하는 42살이었고, 듀드는 35살이었다. 체력은 남부럽지 않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와 쉬지 않고 보드를 탔기 때문이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듯 건강한 삶을 살고 있을까?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내 인생 목표 중 하나가 할배 롱보더가 되는 것인데, 그 중간에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엿본 것이다. 스폰 받는 팀라이더 중 나이가 많은 레이니인데, 나와 함께 있는 동안, 나이불평 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듀드에게 물어봤더니 듀드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듀드가 난 이제 나이가 많아서 라는 말을 하다가 레이니를 보고 말을 아끼게 된다했다. 그걸 보고 들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보드타면서 나이탓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고작 서른이 되었을 뿐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물론, 나이가 먹을수록 다치면 낫기도 힘들고, 유연성이 부족해지니 다치기도 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나이가 많은 게 아니라 자기관리를 못하는 게 문제인 게 아닐까? 그저 변명으로 말하기 쉬운게 나이 인 게 아닐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라는 말은 일견 타당한 말이다. 



 12년 후에 난 레이니 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말없이 타는 모습만으로 자극을 줄 수 있을까? 나이가 찰수록 성숙해지고, 깊어져야할 텐데, 그러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나이가 들어도, 밝은 웃음을 계속 지녀야하는데, 찌푸린 인상이 될까봐 겁이 난다. 어린 시절, 그토록 싫어하고 미워하던 어른의 모습이 내가 될까봐 무섭다.


 무섭지만,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되려 난 좋아한다. 난 내가 계속 겁쟁이이길 바란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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