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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Aug 18. 2016

#17 유럽에서 남미로, 절반의 여행이 끝나다

비행기 놓치는 줄, 빌어먹을 쉥겐조약

 라트비아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남미, 브라질로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어느덧 4개월이나 여행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제는 정말 나와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유럽, 유럽 땅을 떠나는 게 아쉬운 마음, 남미로 떠난다는 생각에 들뜨고, 설레는 마음, 브라질이 위험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 두려운 마음, 이 모든 게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나는 나아가야했다. 이번 여행이 얼마나 축복인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고 있기에. 라트비아 리가 공항에 도착해서 순조롭게 수속을 마치고, 체크인 수화물을 경유할 때 안찾고 브라질에서 찾는 걸 직원에게 두 번, 세 번 확인 한 후, 비행기에 올라탔다.



 조금은 익숙해진 비행 후 프랑크프루트에 도착했다. 아! 독일이구나, 독일에서 내가 만난 이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졌다. 4시간을 기다려야했지만 공항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상관없었다. 다음 비행기를 확인하려고 전광판을 보았지만,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아있어서 내 비행기편은 화면에 안떴다.




 결국, 편하고,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은 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글을 썼을까? 굳은 몸을 풀고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비행기를 확인하러 전광판을 보러 갔다. 보딩 타임이 5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터미널이 있고, 내가 타는 비행기는 다른 터미널에서 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국에서 러시아 갈 때, 환승을 거기서 그대로 했기에, 방심했던 것이다. 유럽 내에서 이동하는 비행기도 아니고, 유럽에서 남미로 가는 비행기인데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에 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달려갔다.




 터미널을 나가, 버스를 찾았다. B섹션으로 가야 하는데 그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맞냐고 기사님에게 묻고, 탔다. 버스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1초 1초가 날 긴장하게 만들었다. 간신히 출발한 버스, 대체 얼마나 가야 다른 터미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으니 긴장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갔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나는 쏜살같이 달렸다. 티켓은 이미 있으니 체크인 필요없이, 출입국 심사를 향해갔다. 줄이 길게 서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여권을 내밀며, 통과를 기대한 내게 무서운 말을 건냈다.



 you made criminal. 너 범죄 저질렀어. 



 이유인 즉슨, 쉥겐조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 년 이내에 90일까지는 지낼 수 있는 데 나는 93일을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쉥겐조약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걸 알기에 스페인에서 아프리카, 모로코로 1주일간 여행을 하려했던 것이기에. 그러나, 다친 탓에 가지 못했고, 스페인에서 3일을 지체했던것 같다. 사실, 기간 세는 것도 잊었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무사히 빠져나왔고, 비쉥겐국가인 영국, 러시아를 가면서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라트비아는 쉥겐국가이지만, 양자협약을 우선시하기에, 들어가고 나오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하필이면, 그저 경유할 뿐인 독일에서 이 문제를 붙든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라트비아에서도 아무 문제 없었던 것을. 이미 보딩 타임은  임박했고, 이륙 1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만 있는데, 이거 안되는지 알았냐 몰랐냐, 너 잘못했다, 사나운 눈빛 발사 등 도움 안되는 행동만 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러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잠시 노려보더니, 절차에 따라하지, 라며 어딘가 사무실로 날 데려갔다. 그 남자는 한 여자에게 다가가더니, 내 상황을 설명하는 듯 했다. 조금 멀리 떨어져있기에 대화를 듣진 못했지만, 그 남자가 내게 you are lucky 라고 했다. 운좋았다며 통과해도 된다고 했다.



 다행히도, 늦지 않게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 정말 끔찍했던 1시간이었다. 남미 가기 참 어렵다.



# 쉥겐 조약, 유럽 내 쉥겐 조약에 속해있는 나라들은 반 년(180일) 동안 90일 동안만 여행할 수 있다. 예전엔 중간에 쉥겐 조약 이외의 유럽 나라를 들렀다 들어오면 새로 카운트했지만, 지금은 소용없다. 가능한 지키며 여행하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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