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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Nov 15. 2016

#25 소소한 일상이란 #해시태그 1

페루, 나의 친구 밥과의 일상

 남미, 그중 페루에 왔다. 페이스북 상에서 알아온 친구, 밥을 만났다. 이번 7개월이 넘는 여행 중에 가장 오래 지낸 사람이 밥이다. 페루, 리마는 보드 탈 스팟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보드를 타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밥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밥이 자주 한 말이 기억난다.


- What is today's hashtag? 오늘의 해시태그는 뭐야?

- #cansado 해시태그 간싸도


 우리끼리 가벼운 웃을 거리가 생기면, 해시태그를 붙여서 말하곤 했다. 해시태그? 요즘 SNS 하는 사람 중에 해시태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대부분 SNS를 하는 사람은 해시태그를 쓰고, 나도 그 대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시태그는 같은 해시태그 안에서 묶이며 서로 연결이 된다. 모두가 연결이 되는 해시태그는 특히나 일상적인 단어들이다. 


 밥과 나의 해시태그들은 우리의 소소한 그러나 오래도록 기억할 추억이자 일상이다.



#WelcometoLima 웰컴 투 리마!


 사진, 영상 프리랜서인 밥은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 그래서 내가 리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짐을 챙겨 나온 난,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밥을 한눈에 알아봤다. 페북에서 보던 사진과 똑같았다. 


- Welcome to Lima! 웰컴 투 리마! 리마에 온 걸 환영해!

- 우와, 이렇게 밥 너를 만나는구나!


 처음엔 정말 환영의 인사였다. 그러나, 이 이후 우리가 외치는 웰컴투리마 는 달랐다. 페루의 수도, 리마는 교통이 복잡했다. 교통 신호는 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걸 얼마 못 봤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우리는 차오는 방향을 보고 달려야 했다. 맨 처음 달렸던 그때 밥이 외쳤다.


- Run! Welcome to Lima!! 달려! 웰컴투리마!!


 그 순간 이후, 우리는 찻길을 건널 때마다 웰컴투리마 를 외쳤다. 밥이 잊지 않게 내가 먼저 외치곤 했다.



#Nochino 노치노, 중국인 아님!


- Chino ! 치노 !

- No chino ! Koreano ! 노 치노! 중국인 아냐! 한국인이야!


 Chino. 치노. 원래는 중국인을 뜻하는 단어지만 남미에선 특히 동양인을 전부를 치노라고 부른다. 밥이 날 부를 때도 치노라고 불렀다. 동양인을 편히 치노라 부른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난 노치노라고 대답했다. 꼬레아노라고 말했다. 동양인을 부르는 거지만 그래도 중국인이라는 뜻도 있잖아! 라며. 그랬더니 밥이 껄껄 웃는다. 


- Today's hashtag is Nochino. 오늘의 해시태그는 노치노야!


 밥은 리마에 사는 아시아인 친구에 대해 말해줬다. 그 친구도 똑같이 노치노라고 대답을 했단다. 그리고 자기 인스타에 #nochino를 매번 포스팅마다 단다고 했다.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모르지만, 역시 자기 나라를 바꿀 수 없는 건 똑같았나 보다.


 그 후 밥은 나를 부르는 호칭 중에 노치노를 추가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날엔 날 꼭 노치노라고만 불렀다. 귀여운 밥.


무대 구석에서 사진 찍는 밥, 밥이 일하는 모습


#Cansado 간싸도 피곤해 #Sueño 수에뇨 졸려


 밥은 사진 작업을 항상 밤늦게 했다. 느긋하게 놀고 또 놀다가 한 밤이 되어서야 일 해야지 하는 스타일이다. 아침을 먹을 시간엔 거의 잠에 푹 빠져있다. 난 밥 부모님과 친형이랑 아침을 함께 하면서, 밥 또 늦게 잤다고 같이 투덜댔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야 잠에서 일어났다. 함께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리마 이곳저곳을 그와 함께 탐험했다.


 조금 돌아다녔을까? 밥의 얼굴에 피곤함이 보인다.


- Bob! Cansado? 밥! 간싸도? 피곤해?

- NO! No cansado! 아니! 안 피곤 해!!


 빤히 눈에 보이는데 거짓말을 한다. 그 모습을 보니 장난기가 생긴다.


- 피곤하네! 피곤한데? 피곤하잖아! 에고, 밥 피곤해서 더 못 놀겠네. 집에 가자!

- 아니라니까! 나 안 피곤 해! 흠... Sueño? 수에뇨? 약간 졸린 정도?


 너무 티가 나서 힘들 땐 피곤한 건 아니고, 약간 졸리다고 말한다. 누굴 속이려고. 너, 피곤한 거 맞아. 하루 신나게 놀고 집에 간다. 푹 자고 다음날 아침이면 항상 하는 말.


- I'm fresh! Are you cansado? 나 완전 힘이 넘쳐! 팔팔하지! 너 피곤하냐?

- 어휴.. 그래. 밥. 너 최고다! 제발 그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해줘..



#Iamlost 여기 어디야? 나 길 잃었어


- 도영! 내 친구가 일요일 점심식사 초대하고 싶다는데? 갈래? 그 동네 진짜 이뻐!

- 당연하지! 가자! 갔다가 보드 타면 되겠네!


 밥 친구는 미라플로레스에 살고 있다. 리마는 위험한 동네지만, 미라플로레스는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안전한 동네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이 보드 타는 스팟이기도 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곳이다. 밥의 집에선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이 넘는 거리. 우리는 버스를 탔다.


 역시나 피곤의 대명사, 밥은 버스 탄지 얼마 안돼서 잠이 들었다. 그냥 자게 놔두었다. 1시간 정도 지나서 내릴 때가 되었나 싶어 밥을 깨웠다.


- 밥! 밥! 일어나 봐! 여기 어디야? 우리 얼마나 더 가야 해?

- 으으으... 응?... 어..? 어? 어???


 고개를 사방팔방 휘젓는다. 창문 이쪽을 보고, 저쪽을 보고 난리가 났다. 잠시 후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밥이 말했다.


- I am lost. whare am I? 모르겠네? 길 잃었나.. 여기 어디야?

- .... 밥?.. 난 한국인이고, 여행하고 있는 거고.. 넌 여기 로컬이잖아... 네가 모르면 어떡해!!!


 5분 정도 헤맸을까? 정신을 차린 밥은 일단 내리자고 했다. 밥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결국, 우린 그날 택시를 타고 밥 친구네 집을 갔다. 밥. 진짜 하루하루 재밌게 산다 우리.


(너무 길어져서, 글을 나눠서 하나 더 페루 일상 이야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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