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6~19
2016년 3월 16일 난 한국에서 떠나졌다. 떠났다가 아닌 떠나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행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채 어느덧 날짜가 다가와 비행기 시간이 되었고 급히 공항으로 갔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난 여행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저 마음이 붕 뜬 채로 불안해하며 지냈을 뿐이었다. 최소한의 준비, 바로 다음 목적지 약 일 주일 정도의 계획만 세워놓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함께 비행기에 실려졌다. 그런 이번 여행의 첫번째 행선지는 중국, 북경이었다.
북경에 있는 누구하고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나. 북경 어디서 지내야할까? 여행 동안 가능한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나는 페북에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밝혔고, 호스트를 구했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았던 Ping Lu 라는 항저우 사는 중국인이 있었다. 그 중국인이 북경친구한테 말 했으니 마중나올거라했는데 사실 걱정이 좀 됐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공항에 도착해 짐을 챙기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는데 놀랐다. 정말 마중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나오는데 나를 알아보고 소리쳐준 것에서 더 놀랐다. 영상으로만 나를 봤을텐데 알아보다니, 신기했다. 남자 셋에 여자 둘, 다섯 명이서 반겨주었다.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남자가 날 위해 공항철도 티켓을 끊어줬다. 중국에 처음 온 난 정신이 없었다. 중국 보더들이 짐 옮기는 것도 도와주며 철도와 지하철 내에서 자기소개와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살짝 풀어주려했지만 아마 내 얼굴이 그때까진 굳어있었나보다. 자꾸 내게 릴렉스하라고 한다.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나갔는데 한 호텔을 잡아줬다. 난 여기 중국인들 중 한 명의 집에서 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양총은 중국 북경 프로 롱보더인데, 이번에 자기 컴퍼니에서 내가 이 곳에서 생활하는 경비를 책임진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양총이 특히 더 신경썼다고 한다. 중국에서 내가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대접을 받으니 신기했다, 그리고 작년 대만 보드샵에서의 초청이 떠올랐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풀렸다. 그렇게 나는 중국에서의 3박 4일을 감사하게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호텔을 잡고, 짐만 풀고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갔다. 베이징딱 이라고 부르는 음식에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었다. 거기에 중국 백주와 맥주를 같이 마셨다. 양송이 나와 백주로 시작했다. 백주는 도수 52도... 정말 미친 술이다... 그걸 보고 안마시려고 했는데 내가 거절하기 힘들게 양송이 먼저 마셨다. 강한 눈빛을 쏘았다. 첫 술을 내가 양송보다 많이 마셨고, 힘든 나머지 맥주로 바꿔 마시다, 백주를 마시며 취했다. 나보다 더 취한 건 양송. 날 취하게 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었다.
다음날 베이징 보더들의 스팟, 스퀘어에 갔고, 난 많은 사람들에게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야했다. 역시 하이라이트라고 해야할까? 밤새 열차를 타고 온 사람, 비행기로 4시간 걸려 온 사람 등이 있어 난 또 술을 마셔야했다. 이 날은 정말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깔라를 외친다, 원샷이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내게 깔라를 권하는데 진짜 죽을 뻔 했다. ( 깔라는 컵, 잔을 한 번에 비우는 것, 츄일라는 병을 한 번에 비우는 것을 뜻한다 ) 중국인들은 체면문화가 있어서, 내가 깔라 원샷, 츄일라 병째 원샷 을 말하면 다들 마셨다.
혼자 죽기 싫었던 나의 처절한 대응이었다.
그랬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술을 너무나 좋아했다.
중국에 머물렀던 3박 4일, 정확히는 70시간도 안되는 시간동안 난 40여 종류가 넘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중국 베이징은 볼 게 별로 없다며, 식도락이 최고니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첫 날 저녁에 갔던 식당에 메뉴판을 보고 식겁했다. 메뉴판이 아니라, 한 권의 잡지가 거기에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시켜 먹었다. 이튿날 보드를 오래 탔지만, 아침, 점심, 저녁 먹은 음식들이 엄청났다. 저녁에는 양꼬치를 가득 쌓아놓고 먹었다. 삼일째 되던 날은, 아예 먹는 날로 정했다. 중국 음식들을 먹어봐야한다며, 정말 많은 음식을 먹을거니, 조금씩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먹기 시작했다. 한 가게 들어가서 음식 2~3가지를 시켜먹고, 건너편 가게로 넘어가 또 먹었다. 연달아 몇 번을 먹었는지 세기 힘들즈음에 잠깐 소화를 시칸다며 유명한 거리를 투어시켜주었다. 그런데 중간중간 길거리 음식을 엄청나게 먹었다. 하필이면 이날 고프로를 안챙긴 게 지금도 한이다. 4일째 난 늦어도 아침 10시엔 공항으로 떠나야했고, 양송은 아침 9시에 호텔로 찾아올테니, 호텔음식 말고 아침 먹으러 돌아다니자고 했다. 정말 징하다. 그리고 공항으로 데려다주면서 하는 말이, 너 아직 음식 못 먹은 거 있으니 베이징 또 와야 해~ 라는 거였다.
그렇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난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이다. 그러나, 중국 음식 중에 맛있는 것도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이상햔 향과 맛이 나는 음식이 있었다. 한국인 중에서 중국 음식이 입에 안맞아 고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맛있는 것도 많은데, 정말 많은 걸 시도해봐야 찾을 수 있다. 베이징딱이랑 양꼬치, 사천 음식 중 일부, 만두가 괜찮았다.
안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난 로밍을 포기했고, 와이파이만을 쓰기로 했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가 와이파이를 쓰는데, 카카오톡은 되는데, 페북, 인스타가 안됐다. 왜지? 알아보니 중국에서 막아놓은 거였고, VPN으로 IP를 돌려서 사용해야만 페북, 인스타, 유튜브 등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너무나 느려 포기했다. 간단하게 확인은 가능하지만, 영상을 보는 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선 그저 중국을 즐기고, 에스엔에스는 잠시 접어두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여행이다.
그러면 중국은 페북, 인스타, 유튜브 대신 무엇을 하나? 중국엔 위챗이라는 앱이 있다, 우리나라 카톡과 같은 건데, 중국에서 사용하기엔 정말 유용하다. 페북처럼 사용도 가능하다. 유튜브는 Youku 라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보통 유튜브에서 영상을 다운받아 그쪽으로 올린다. 물론, 중국인들도 VPN을 써서 페북, 인스타, 유튜브를 하기는 한다.
중국에서도 잘 타는 보더들이 있다. 특히, 양송! 처음 본 날, 푸쉬오프 하는데 자세만 봐도 잘 탈 것 같더니만, 역시나 잘탄다. 중국에서 제일 유명한 보더라고 한다. 프로니까, 유료강습도 토요일마다 10여 명을 가르친다. 그 밖에 눈에 띄었던 보더는 도도. 360 셔빗 크로스풋과 백사이드 540 풋플랜트 더블레인보우 등 한국에서 잘 안하는 기술들이 많았고, 이어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양송의 제자. 요즘 롱보드 관심을 많이 갖고, 이 씬을 어떻게 잘 키워나갈지 고민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중국은 자국보호 관련 규제가 심한 편이라 롱보드 브랜드들을 들여오는 것이 힘들었다. 앞으로 하나씩 잘 해결해나가길
중국은 원래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다만, 경유할때 72시간까지 무비자가 허용된다. 중국에 비행기로 내려서 출국심사를 하는 곳으로 나간다. 그러면 내국인, 외국인, 그리고 끝에 한 자리만 무비자 72시간 확인해주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도장을 찍어주고 날짜를 적어준다. 그게 비자 역할을 하며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옆에 통로가 또 하나 있는데 그곳은 경유하면서 밖에 안나가고 공항 내에 있다.
#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가끔 위챗으로 연락이 오가고, 중국이란 나라에 생긴 친구들. 파리에서의 내 생활을 물어봐준다. 해외에 인연이 생긴다는 건 참 신기한 기분이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리고 훗날의 만남을 기대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친구인 것이다. 짖궂은 중국인들이었지만, 그 또한 그리워진다.
다음 나라, 프랑스에서는 또 어떤 친구를 사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