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 쥐포 두 마리, 그리고 고추장이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던 반찬은 쥐포였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면 엄마는 장사하느라 바쁘신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가게에서 파는 쥐포를 두 마리 쥐고 뒤에 붙은 방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있는 곤로(당시는 그렇게 불렀다)에 쥐포를 굽고, 찬장에서 고추장을 꺼내면 식사 준비 완료다.
둥근 소반에 밥 한 그릇, 쥐포 두 마리, 고추장이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쥐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고추장을 찍어 밥 위에 올린 후 한입에 털어 넣으면 너무 맛있었다.
첫맛은 고추장의 알싸하고 달짝지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그러다 쥐포가 주는 고기의 식감이 고추장을 뚫고 입안을 감싼다.
마지막으로 계속 씹어온 쌀의 단맛이 종지부를 찍는다.
나는 그 맛의 흐름이 너무 좋았다.
쥐포에겐 미안하지만 참 많이도 먹었다.
여태껏 먹은 단일 식품으로는 아마 최고일 것이다.
대학 시절 자취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입맛이 없으면 가끔 그렇게 해서 먹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무슨 식사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만찬이 되기도 한다.
무릇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