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 아줌마의 귀여운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그는 내 친구에게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글을 좀 써 둔 게 있냐 물었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은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것은 칭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였더라면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그렇구나. 얘가 글을 잘 쓰는구나’ 하고 말았을 텐데, 이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남편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을 해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쓴 글이라고는 블로그나 SNS에 주절주절 일상을 떠들어댄 게 전부인데, 그걸 보여주자니 어딘가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그런 거 없다고 잘 쓰긴 뭘 잘 쓰냐고 서둘러 대화를 종료시켜 버렸다.
잠깐의 대화였던 터라 그는 바로 잊어버렸겠지만, 나에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 억울함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건 달리기를 잘한다는 것과는 철저하게 다른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성 작가도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를 글 잘 쓰는 사람이라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래서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성과 논리로 똘똘 뭉친 그에게 시답잖은 일상을 들이밀며 이게 바로 내가 쓴 '글'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용기가 없던 나는 부끄러움 앞에 지고 말았다.
내게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고, 그 욕심 덕분인지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종종 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글쓰기는 내가 가진 몇 가지 재능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부끄러워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 했다. 내게 있어 글쓰기는 남들이 알아서 알아차려주길 바랐던 소극적 재능이었던 셈인데,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그러다 며칠 전 문득, 그 시절에 내가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에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당시 남자친구에게 내가 쓴 글을 조금은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지난해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도 마음이 동하긴 하였으나, 그때는 크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일단은 브런치 작가 신청 절차가 귀찮게 느껴질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떨어졌을 때 겪게 될 좌절감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소중하게 키워 온 나의 재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힘든 일이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에 기회마저 차단시켜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껏 웅크리고 살았던 내가 일 년 사이에 많이 단단해졌다. 이번에도 떨어지는 일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너무 공들여, 오래 생각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를 불러올 것 같아서 나에 대해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담백하게 썼다. 그리고 오늘, 축하 메일을 받았다.
글을 읽을 줄 아는 큰 아이에게 메일을 보여주었다. 나는 멋진 엄마가 꿈인 사람인데 오늘 한층 더 멋있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쭐한 기분으로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