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청춘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가 되니 인생의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 올해부터는 나도 어엿한 학부모가 되었으니, 학부모로서 자식 교육에 힘쓰며 평온한 날들을 살아가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그렇게 편안한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평균 수명이 80살이라고만 쳐도 나는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 순간 눈앞에 인생 2막이 펼쳐진 기분이라 굉장히 아찔했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인생 2막을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두 주먹이 불끈, 힘이 바짝 들어갔다.
다이내믹했던 초, 중, 고 학창 시절을 보내고, 패기가 넘쳤던 20대와 육아로 정신 못 차리던 30대를 지나왔다. 지나간 40년을 돌아보면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마 지금 내 머릿속에 스치는 경험보다 잊혀진 기억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나의 인생 1막은 열심히 부딪히며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단단한 취향을 가진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내 앞에 놓인 인생 2막은 어떻게 설계해야 좋을까?
지금까지의 내가 차곡차곡 쌓아 온 취향의 테두리 안에서 안락함만을 추구하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내게 남은 긴 세월을 익숙한 것만 쫓다가 순식간에 날려 보낼 수는 없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더디게 잡아두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을 쫓기보다는 매일을 새롭게 사는 수밖에 없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고 싶어졌다. 춤을 배운다든가, 노래를 배운다든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똘끼를 깨워낼 무언가를 새로 배워보고 싶단 생각을 하고 나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어처구니없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분명 잘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경험해보고 싶다. 일단 도전해 보고 안 돼도 재미있으면 계속하는 거고, 재미없으면 그만 두면 되니까 마음이 가볍다.
나는 요즘 인생 2막을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번진다. 뭐가 됐든 얼른 계획을 실행에 옮겨 재미를 누리고 싶은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건,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운동’이기 때문이다. 팔팔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앞으로의 날들은 몸이 골골거릴 일만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 2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이 최우선인데, 여지껏 숨쉬기 운동만 하며 살아온 나에게 운동이라니, 운동이라니. 아 운동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