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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Aug 07. 2024

번역기와 함께!

2024년 8월 4일 일요일 날씨 맑음

  드디어 한국 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졌다! vpn은 남편만 믿고 있었는데, 그간 남편이 너무 정신이 없어 차마 vpn까지 해달라고 닦달할 수 없어 참고 기다리느라 좀 힘들었다.


  중국에서 한국 사이트는 죄다 막혔는데 그 와중에 당근마켓이 되는 게 좀 어이없다고 생각해 놓고, 심심함이 사무치는 날에는 당근에 들어가 요즘 세종에서는 무슨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켜보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다. 어쨌거나, 남편이 vpn 서버 개설에 성공한 덕분에 아침부터 인스타도 하고 카톡도 하며 나의 안녕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오늘 오전까지 입주 청소를 마무리해 주신다고 해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새 집으로 입주를 했다!


  어제 오후에 이케아에서 주문한 침대가 왔고, 마찬가지로 어제 오후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세탁기가 왔다. 세탁기와 함께 주문한 냉장고는 우한에서 출발해 내일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중국의 빠른 배송 시스템이 상당히 놀랍다. (심지어 세탁기는 일요일 저녁 8시에 배달이 됐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언제 쉬지?)


  가전, 가구는 배송 기사님이 직접 오실 텐데 통화는 번역기를 돌릴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쩌나 걱정하다가, 꾀를 냈다. 전화가 오면 일단 ‘죄송합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하고 끊은 뒤 바로 미리 써 둔 구구절절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문자는 번역기 돌려 소통할 수 있으니 어찌나 다행인지. 번역기 없던 시절에 해외 나간 사람들은 이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세탁기 설치 기사님께서 설치를 마치신 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당연히 못 알아들었지만 끄덕끄덕 알아듣는 척했다. 갑자기 기사님께서 씩 웃으시며, 이해 안 되지? 물으셔서 솔직하게 끄덕끄덕. 늦은 시간에 귀찮고 번거로우실 텐데 한 문장, 한 문장 번역기 돌려 설명해 주시는 모습에 좀 감동받았다. 기사님 뿐만 아니라 며칠간 우리가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한 느낌이라 모르는 걸 질문하는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중에 한국 가서 중국 사람 만나면 내가 이곳에서 받은 이 고마운 마음, 모두 보답해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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