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씩씩 Aug 18. 2024

의도한 적 없는 자랑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날씨 맑음

  우리 모두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등교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 앉아 책을 읽었다. 오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촌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엄마가 보내줘서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읽어보았다고 했다. 전날 밤, 언니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내 브런치를 구독했단 알림을 보고 (흔한 이름이라) 동명이인일 거라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게 진짜 언니였다니.


  우리 엄마는 표현에 서툴다.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언어로 표현된 사랑과 칭찬을 받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때로는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그냥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 너머에 있는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이이니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해했다. 내가 중국에 와서 브런치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두 번이나 걸리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고,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을 때 엄마의 칭찬은 담백하고 어색했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가 고심해서 고른 말일 거라고 생각하니 살포시 귀여운 마음마저 들었다.


  엄마가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니, 이것은 틀림없는 자랑이다. 내가 엄마의 자랑이 되었다 생각하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져 눈물이 조금 나왔다. 한 때 나의 장래희망은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강제한 적 없는, 나 혼자 잘못 정한 장래희망에 발목을 잡혀 마음고생을 오래 했던 터라 갑자기 눈물이 난 것 같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혀 무겁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산 세월이 길었다. 이제 와서, 나도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무탈하게 잘 자란 나의 존재 자체가 부모님께는 ‘자랑’이었을 텐데 그땐 알지 못했다. 꼭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되어야만, 자랑이라고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조금 울고 났더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어쨌거나, 중국에 와서 열심히 일기를 쓴 덕분에 나는 엄마의 자랑이 되었다. 의도한 적 없는 자랑이지만 뿌듯한 건 사실이다. 더 열심히 써야겠는데, 오늘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더니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갑자기 초조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빨리 이야기 소재가 고갈되는 것은 아니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