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한국에서 보내는 일주일 간의 겨울방학.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두고 비행기를 타려니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왕 주어진 시간이니 최대한 즐겁게 보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최근 비행이 모두 박씨들과 함께였던 터라 혼자 비행기를 타는 게 더욱 외롭게 느껴졌지만 한국에 도착하니 모든 걱정과 외로움이 다 잊혀질 만큼 좋았다.
정저우 집에서 아침 아홉 시 반에 출발했는데 대전 친정집에 도착하니 저녁 여덟 시 반이었다. 시차를 고려하면, 우리집 문을 열고 나가 친정집에 도착하기까지 열 시간이 걸린 셈이다. 비행시간은 1시간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끊임없는 지연 속에 불안한 마음으로 대기하다 보니 두통이 왔다. 무사히 착륙하던 순간,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감사의 마음이 함께 찾아왔다.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자, 이제 한국에 도착했다. 내 나와바리에 왔으니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탄 중국 사람들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다 도와줄게! 기세 좋은 마음이었으나 곧 깨달았다. 여기가 한국이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중국어를 할 수 없다는 것. 앗,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 내가 중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 그때 도와줄게! (머쓱)
인천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게 처음이라 어디서 타는지를 몰라 긴장되었다. 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음 버스로 티켓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내하시는 분께 여쭤보았다. 너무도 친절하게 나의 목적지를 물으시더니 타는 곳의 방향과 번호까지 알려주셨다. 모르는 것을 즉석에서 묻을 수 있고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니. 사실 한국에서는 모르는 게 있어도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 웬만해선 뭘 물을 상황도 없고 잘 묻지도 않았는데, 중국에서는 도움 받을 일이 참 많았다. 그때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 요상한 번역을 마주했을 때의 난감함이 생활의 피로를 만들어 냈다. 모든 걸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내 나라에 오니 단번에 긴장의 끈이 풀려버렸다. 익숙한 행복이 와락, 나를 반겨주었다.
대전에 도착해서 대전 공기를 마시니 두통이 사라졌고, 마중 나오신 아빠, 엄마를 보니 행복이 몽글몽글 차올랐다. 박씨들을 중국에 두고 온 게 걸리긴 했지만, 한국에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너무도 익숙한 곳에 오니 중국에서의 생활이 전생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월요일 하루는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다 썼고, 화요일과 수요일은 김하나 작가님 북토크 참석을 위해 친구들과 1박 2일 서울 여행을 했다. 목요일은 병원 진료, 금요일과 토요일은 사랑하는 책방 방문,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중간중간 보고 싶었던 얼굴들도 만나고, 촘촘하고 느슨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다시 정저우로 돌아오는 월요일. 아침 9시 10분 비행기라 대전에서 새벽 3시 10분 공항버스를 탔는데, 무엇 때문인지 버스를 타기 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잠들기 실패. 버스를 타서도 잠이 오지 않아 잠들기 실패. 실로 오랜만에 밤을 새웠더니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비행기를 가뭄에 콩 나듯 타는 사람이라 그런지 공항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줄을 서 있는데, 직원이 갑자기 ‘1번 먼저 오세요’하며 1번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번에 탈 땐 이렇지 않았는데 1번이 뭐지? 한국어로 말하는데도 뭔지 몰라 마음이 우왕좌왕했다. 한국 사람인 나조차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영어 안내조차 없어서 외국인들은 더 난감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질서와는 거리가 먼 중국인들의 마음이 요동치니 대기하던 줄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잠시 뒤 전광판에 뜬 ‘Zone1’ 을 보고 1번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으나, 줄은 이미 엉망이 되었고 이 상황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났다. 나는 3번이라 마음을 비우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중국인 여자가 내게 와서 뭐라 뭐라 물었다. 여자의 티켓을 보니 2번. Zone 1,2가 입장 중인 상황이어서 ‘Go!’하고 외치며 손가락을 뻗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던 최대의 친절. 그래도 뭐라도 하나 도움 줄 수 있어 뿌듯했다.
내가 직접 겪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생활하던 시간들이 나의 시야를 넓혀주었단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에는 흘려듣고, 흘려 보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지내며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은 어떨지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소수자, 약자의 편에 놓여 생활해 보니 비로소 그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참 얄궂은 일이다.
아무튼 에너지를 가득 채워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씩씩하게 살아볼 셈이다. 정저우의 팅부동(=I don’t understand) 라이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