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방학 생활

by 김씩씩

중국 명절인 춘절 연휴에 주어진 아이들의 겨울 방학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방학에는 3박 4일 간 홍콩 여행을 다녀왔더니 2주라는 시간이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간 기분이다. 홍콩 여행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것들이 몇 있어서 아이들이 개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혼자 조용히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을…


어제는 신상 키즈 카페에 가기 위해 먼 동네까지 원정을 떠났다. 새로 생긴 것이라 그런지 시설도 좋고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키즈 카페 요금은 우리나라랑 비슷한데 (어린이 20,000원 / 보호자 무료) 여기서는 시간제한도 없고 재입장도 가능해서 하루종일 놀 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게 느껴졌다.


키즈 카페가 있던 쇼핑몰에는 무인양품 카페가 있어서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무지 감성 가득한 곳에서 중국 향신료가 느껴지지 않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으니 행복이 방울방울 차올랐다. 집에서 가까우면 혼자라도 종종 오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는데, 택시비가 4천 원. 나 혼자 왕복 8천 원을 택시비로 쓴다는 게 호사스럽게 느껴져 마음을 접었다. 정저우에 처음 왔을 때는 택시비가 너무 저렴해서 어딜 가든 부담이 없어 좋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이곳 물가에 익숙해지니 택시비는 2-3천 원이 적당한 것 같다. 그 이상은 사치. (엄마, 나 좀 철든 것 같지?)

이것은, 무지 감성에 중국 뿌리기인가?



대륙의 어린이 치과는 놀이방 스케일도 남다르네?

다음주부터는 개학이라 오늘은 방학이 끝나기 전에 치과 진료를! 예약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지만 진료가 조금씩 늦어져 30분 정도 대기를 했다. 치과는 지난가을에 한번 방문해 봤던 터라 이번에는 긴장이 덜 했다. 지난번 방문 후 3개월이 지나서 검진과 불소 도포를 위해 왔는데, 선생님께서 검진 해보시더니 시안이 한국에서 충치 치료했던 게 떨어졌다고 하셔서 온 김에 치료도 함께 받았다.


번역기의 도움으로 진행된 상담. 5년 간 보장이 가능한 치료 재료는 무슨무슨 재료로 508위안(약 10만 원)이라고 했다. 아니 무슨 충치 치료하는데 10만 원이나?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그게 비싸면 3년 보장은 350위안(7만 원)도 있다고 했다. 얘길 들어 보니 여긴 우리나라처럼 치료를 받을 때마다 결제하는 게 아니고 박시안 이름으로 해당 재료를 결제해 두면 보장 기간 내내 자유롭게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였다. 그렇게 따지면 전혀 비싼 게 아니었다. 여기 머무는 동안 치과는 자주 오게 될 것 같으니 3년 결제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불소 패키지를 결제했는데 5회에 5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애들 반응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불소 도포 했을 때보다 맛이 이상한 것 같았으나,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해서 엄마한테는 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4회에 10만 원 정도?) 영구치가 나기 시작한 재이에게는 어금니 홈 메우는 것을 권했는데 그건 한국보다 가격이 비싸서 하지 않았다. 당장 급한 거 아니니 그건 방학 때 한국 가서 해줘야지. (중국에서 홈 메우기는 보험 적용이 안 돼서 비싸다고 한다.)


중국 어린이 치과도 한국에서 다녔던 어린이 치과처럼 영상 기기가 있어 진료 중에 영상도 틀어주고, 치료가 끝나면 선물도 하나씩 주고, 심지어 대기 중에 놀 수 있도록 놀이 공간도 그럴싸하게 갖춰져 있다. 그런데 여긴 한국에서처럼 웃음 가스 같은 것도 없고 김밥 말 듯 몸을 꽁꽁 고정시키는 것도 없어서, 우리의 박시안은 나 어릴 적에 진료받았던 것처럼 그냥 아- 하고 누워 잉잉 울며 진료를 받았다. 아마도 시안이가 느꼈을 문화 충격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귀여운 웃음이 난다.



빈츠 끼리크림치즈는 믹스 커피랑 같이 먹어줘야 제 맛!

지난주 화요일에 ‘여둘톡’ 과자 특집 방송을 듣자마자 타오바오에서 과자 쇼핑을 했는데, 중국 연휴가 길어서 오늘에서야 택배가 도착했다. 여둘톡 작가님들께 영업당한 비쵸비, 내 사랑 빈츠와 쿠크다스! 나는 빈츠 끼리크림치즈 너무 좋아하는데 중국에서도 살 수 있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오랜만에 과자 보니 반가워서 믹스 커피 한 잔 타서 같이 먹었더니, 행복이 뭐 별거냐 싶고. 이게 바로 행복이지 싶고. 기분이 아주 아주 좋았는데, 중국에 사는 톡토로 분께서 보내신 디엠을 보고 화들짝. ‘한국 마트 없어요?’ 네?? 뭐라구요???? 한국 마트요????? 그런 건 상하이에나 있는 거 아니었나요?????? 나는 이곳 마트에서 간간이 보이는 한국 제품들만 봐도 반갑고, 없는 건 타오바오에서 살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옌타이에 살고 계신 톡토로님 얘기를 들으니 그곳은 한국 마트도 ‘많고’ 한국이랑 똑같고, 심지어 더 싼 것도 있다고 했다. 와, 중국 내 지역 차가 이런 곳에서도 존재할 줄이야! 허탈한 웃음이 탈탈탈.


늦은 밤에 과자 까먹으며 마신 믹스 커피가 엄청난 효력을 발휘하여 새벽 세 시를 바라보는 이 시간까지 말똥말똥. 박씨들 모두 잠든 고요한 밤에 나 혼자 일기 쓰며 주절주절 떠들고 있으니 이 또한 참 좋구나. 비록 정저우에 한국 마트는 없어도, 좋으면 된 거지 뭐.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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