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게 사는 법

by 김씩씩

나에게 중국은 시끄럽고 더러운 이미지와 함께 촌스러운 빨강으로 각인된 나라. 여행으로도 가보고 싶지 않았던 나라였던 터라 중국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까닭 모를 싫은 감정만 가득했는데, 이랬던 내가 중국에 와서 살게 될 줄이야.


처음 중국에 왔을 땐,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기대라는 것이 ‘0’에 수렴한 상태로 중국에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정저우’는 신도시라 중국 하면 떠오르는 복작복작하고 시끌시끌한 느낌이 없었다. 고층 건물 사이로 널찍하게 깔린 도로와 낮은 인구밀도가 주는 한적함은 한국에서 살던 ‘세종’을 떠오르게 했다. 입이 짧은 편이라 음식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것저것 사 먹어 보니 음식도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밖에서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 참고 참다가 큰 용기를 내서 한번 가봤더니 심지어 화장실 상태마저 괜찮았다. 뭐야, 중국 괜찮네? 중국 살만 하잖아?


여행으로라도 한 번쯤, 중국에 와 봤더라면 중국에 오기 전에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던 그 말이 정말 틀림없는 참이라는 걸 몸으로 겪으며 깨달았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나는 또다시 기대라는 것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입에 맞는 중국 음식은 몇 없어 금세 지겨워졌고, 식재료에 밴 중국 특유의 향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우리는 정저우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동쪽에 살고 있어 한적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쩌다 서쪽 동네라도 한 번 나가는 날에는 혼이 쏙 빠지게 정신이 없어서 외출도 그다지 신이 나지 않았다. 화장실은… 말하고 싶지 않다.


며칠 전 근처 도시인 ’카이펑‘이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은 야경이 예쁜 곳이라 야경 보고 1박으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라고 했지만, 게다 중국 대부분의 중소도시가 그렇듯 숙소비도 매우 저렴했지만, 집도 가까운데 굳이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당일치기 여행을 택했다. 심지어 당일치기 여행임에도, 아침에 출발하면 밖에서 중국 음식을 두 끼나 사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최소 두 번은 가야 할 텐데. 시작부터 피로함이 몰려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그랬다, 사실 나는 이 여행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아이들 방학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따른 선택이었다.


나는 카이펑이 정저우 옆에 딸린, 정저우보다 작은 도시라 시골 같은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 보니 시골이 아니었다. 10차선으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쭉쭉 달리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란. 내가 과거 송나라의 수도였던 카이펑을 너무 무시했단 생각이 들어 검색해 보니 이곳 인구가 550만이라고 했다. 나는 중국의 인구수를 들을 때면 놀라게 되는데, 그 숫자 자체가 주는 놀라움이라기보다는 대륙의 스케일을 실감하는 데서 오는 놀라움이 컸다. 인구가 550만이라는데, 길에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인구 1300만의 도시 정저우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도시가 이렇게 휑뎅그렁한데 다들 어디에 살고 있는 걸까.


카이펑에는 유명한 관광 포인트가 몇 있는데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한 곳을 택해서 티켓을 샀다. 자고로 여행이라 하면, 사친첩에 이런저런 사진들을 가득 채워 돌아와야 제맛인데 중국 여행에서는 좀처럼 셔터를 누를 흥이 나질 않는다. 입장료까지 두둑하게 받은 관광지는 조악한 조형물들로 가득했고, 극강의 촌스러움에 자꾸만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중국의 미감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답이 없는 촌스러움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건, 애당초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 나라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 나라엔 이런 게 있구나, 거기까지였다. 열심히 걸으니 다리가 아파왔는데, 겨우 이런 걸 보려고 이렇게 걷는 게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요즘 기분도 좀 별로고 컨디션도 안 좋긴 했지만, 하루 종일 베베 꼬인 내 속마음을 들어주는 게 나 조차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작작 좀 해라, 작작 좀!


저녁 식사 메뉴는 만두. 카이펑은 만두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당연히 만두를 먹고 가는 게 맞지만, 나는 걱정이 앞섰다. 과연 카이펑 만두는 괜찮을까? 중국에 와서 처음 먹은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역시 중국은 만두가 맛있구나 하고 만두를 열심히 사 먹다가, 어느 날 중국 냄새가 나는 만두를 맛본 뒤로 나의 만두 사랑이 끝났다. 안전하게 비비고 냉동 만두만 사다 먹었다. 만두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에 와서 마파두부를 먹어 보고 부드럽고도 자극적인 맛에 반해 열심히 먹다가 어느 날 먹은 두부 요리에서 탄내 나는 두부를 맛보고는 두부 사랑도 끝. 중국 냄새나는 소시지와 햄을 경험하고 나니 샌드위치도 못 먹겠고 소시지 빵도 못 먹겠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씩 줄었다. 나에게는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을 때, 에이 이건 나랑 안 맞네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유연함이 없었다. 안 맞는 음식을 만나면, 뒤도 돌아보기 싫었다. 또다시 중국 냄새를 맡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에, 가차 없이 끝.


그런데 카이펑 만두는 정말 맛있었다. 옆에 앉은 큰 아이가 ‘음~ 판타스틱!’ 하며 엄지 손가락을 흔들어 댈 정도로 맛이 훌륭했다. 기대 없이 떠난 여행에서 만난 맛있는 만두로 인해 소박한 행복이 밀려왔다. 동시에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맛이 좀 없으면 없는 대로,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냄새나면 냄새나는 대로,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데 나는 왜 그렇게 긴장을 하고 미간에 힘을 팍 주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다 보면 이렇게 맛있는 인생 만두도 만날 수 있는 건데, 뭘 굳이 중국 만두랑 손절까지 하고 살았나 싶다.


까탈스러운 내 입맛을 쏙 빼닮은 큰 아이는 음식을 먹고 입에 안 맞으면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쫌 그래’하며 슬며시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쫌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들어주는 게 짜증이 나서 얼마 전에는 ‘박재이 너 맨날 쫌 그런 거 진짜 쫌 그래!!’하며 혼을 냈는데, 사실 이건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나를 닮아 그런 걸 어쩌겠나. 다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나처럼 피곤하게 살까 봐, 그게 걱정이다. 나처럼 안전한 것만 찾는 재미없는 어른이 될까 봐.


남들처럼 무던하게 살고 싶지만 나는 그게 어려우니 하는 수 없다. 이렇게 까탈스럽게 태어났으니 별다른 도리가 없다. 팔자를 받아들이고, 예민한 삶 속에서 내 나름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안전하고 소박한 행복, 你在哪里? (=Where are you?)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