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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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괜찮다는 친구가 있다.
정말 괜찮은 걸까?
괜찮다고 하니 믿고 싶지만
요즘 자주 몸이 아파서 조금 걱정이 된다.
그 마음들이 겹쳐져서였을까.
숲길을 걷다, 깨진 껍데기를 등에 진
작은 달팽이를 만났다.
금이 간 등 위로 바람과 빗방울이 스며들면
얼마나 고단할까 싶었다.
그 달팽이는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길 위를 걷고 있었다.
스스로는 “난 괜찮아”라고 믿고 살아가지만,
몸이 대신 신호를 보낸다는 건
이미 오래 힘들었다는 뜻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균열은 있다.
덜 아문 틈을 안고도 오늘을 버텨내는 모습,
그게 꼭 부족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
몸이 말을 걸 때,
그건 ‘멈추라’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나를 좀 더 돌봐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달팽이가 깨진 껍데기를 등에 지고
천천히 나아가듯,
우리 역시 불완전한 채로
조심스럽게 하루를 통과한다.
너도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큰 힘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