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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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이 나에게 집중될 때엔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나를 탓하고, 남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 괴로워 죽을 것만 같은 시간들은
과연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건 마치 진정한 ‘믿음이 사라진 시간’ 같다.
그래서 더 아프다.
하지만 두려움도, 미움도, 상처도
기쁨이나 감동처럼 충분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믿음이 흐려지는 날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의 나를 잘 지켜보며,
조금 천천히,
의식적으로 나를 우선 돌보면 된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모양을 바꾸며 조용히 흐른다.
그 사이,
나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된다.
‘나아진다’는 것이 아직 나의 마음까지 닿지 않아서
그저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기다림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일이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듯,
마음이 나아가는 데도
그만큼의 계절이 필요하다는 걸.
믿음이 희미해지는 날엔,
그저 바람처럼 그곳에 머물러도 괜찮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소망하고, 준비하며 기다려주면
결국 나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새롭게 태어난 나로.
-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