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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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헤어지는 중이다.
누군가와, 어떤 관계와,
그리고 예전의 미운 나와.
끝은 언제나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조용히 예고되어 있었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쌓이고,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결국엔 서로의 온도가 달라진다.
처음엔 그것이 '불행'이라 생각했다.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서로가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자리를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걸,
수년이 지난 이제야 깨닫는다.
하루하루 익숙했던 것들과 멀어지고,
내 안의 공백이 조금씩 커진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알아간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무엇이 진짜 나를 숨 막히게 했는지.
때때로 외롭고, 허전하고, 두렵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괜찮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나를 지키며 거리를 두는 일.
나는 지금, 그 일을 해내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헤어지는 중이다.
그래서 여전히 아프지만,
그만큼 나는 살아내고 있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중이다.
-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